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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두 형사, 두 개의 미스터리

입력 | 2014-03-05 03:00:00

두 형사, 두 개의 미스터리




은퇴한 형사 러스트로 나오는 매슈 매코너헤이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올해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미국 HBO TV 화면 촬영

사실 그동안 미드를 좀 멀리했다. 국내에서 ‘24’나 ‘CSI’가 인기를 끈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으니 화려한 액션이나 엄청난 스케일, 아니면 치밀한 추리나 과학적인 증거 분석 같은 ‘미드식 조미료’도 좀 질릴 때가 된 것이다.

그러다 미국 케이블채널 HBO에서 방영 중인 ‘트루 디텍티브’를 봤다. 최근 새로 시작한 미드 중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드라마다. 19세기 단편집 ‘더 킹 인 옐로’는 트루 디텍티브가 모티브로 삼은 것으로 알려지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 10위 목록에 들 정도였다고 한다.

드라마는 은퇴한 형사 마티(우디 해럴슨)와 러스트(매슈 매코너헤이)가 각자 후배들의 조사에 응하면서 시작한다. 둘은 파트너였지만 벌써 10년이 넘도록 연락이 끊긴 사이. 후배 형사들은 마티와 러스트에게 두 사람이 해결했던 한 연쇄살인사건에 대해 물어보고, 둘은 과거를 회상하며 사건의 진실을 재구성해 나간다.

트루 디텍티브는 수사물이라기보다는 탐정물이고, 추리물이라기보다는 하드보일드에 호러를 뒤섞은 듯하다. 진득한 남부 사투리와 늪지대로 뒤덮인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의 시골 풍경이 버무려져 있는데, 좋게 말해 여백의 미가 있고 나쁘게 말하면 이러다 사건은 언제 해결하나 싶을 정도로 굼뜨다. 여기에 마티는 위기의 중년이고 러스트는 염세주의에 정신 병력이 있다. 특히 러스트의 대사는 대체 이게 드라마 대사인가 싶을 정도로 현학적이다. 파트너끼리의 끈끈한 정 같은 것도 별로 없어서 둘은 서로 신경 긁기에 바쁘다.

다만 신세 한탄에 훈계가 뒤섞인 사건 해결 과정을 듣다 보면 시청자는 둘에 대해 필요 이상의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결국 두 형사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사이 시청자들은 그들의 내면을 탐구하며 대체 어떤 인물인지 추리하게 된다. 드라마 안에 두 개의 미스터리가 존재하는 셈. 과연 둘은 제목대로 ‘진짜 탐정’일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두 미스터리는 하나로 서서히 합쳐진다.

각본을 쓴 닉 피졸라토는 소설가로도 데뷔한 인물로, 10대 시절엔 레이먼드 챈들러와 스티븐 킹, 대학 시절엔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드라마 역시 20세기 탐정소설과 공포소설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문학의 수혜 덕분인지 드라마는 좋은 소설처럼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빠져들면 내리 보고 또 한 번 보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 전체 8화 중 7화가 지나갔으니 이제부터 보는 분들은 완결편까지 쭉 볼 수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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