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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윤완준]장관은 ‘유엔 위안부연설’ 갈팡질팡

입력 | 2014-03-05 03:00:00

중심 못잡는 외교부 두 모습




윤완준 기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하기 위해 4일 오전 급히 비행기를 탔다.

애초 인권이사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제기하려던 윤 장관은 2일 갑자기 차관보급인 외교부 신동익 다자외교조정관을 대신 보내기로 했다. 이틀 만에 다시 자신이 직접 가겠다고 변경한 것이다.

외교부 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강조한 만큼 윤 장관도 그에 걸맞게 인권이사회 연설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엄중한 상황인데 왜 처음부터 일관되게 윤 장관이 참석하겠다고 하지 않았을까.

정부 관계자는 장관 참석으로 확정한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이사회 안건을) 들여다보니 중요한 안건이 많아 장관 참석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장관이 가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석연치 않은 설명이다.

더 유력한 다른 이유가 있었다. 윤 장관이 인권이사회 개최 기간에 예정됐던 박 대통령의 외빈 접견에 배석하려다가 그 행사가 취소되자 인권이사회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다른 관계자가 귀띔했다.

이번 인권이사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책임을 부정하는 일본 아베 정권을 강력히 비판하고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경고한 북한 인권의 참혹한 실태에 한국 정부의 냉철한 입장을 밝혀야 할 중요한 외교 무대다. 한국의 외교 수장이 참석할지 말지 오락가락한 이유가 대통령 접견 행사 배석 일정 때문이었다면 국정의 우선순위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박 대통령이 외교부 장관에게 무얼 더 기대할까. 외빈 접견 배석인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노력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완준·정치부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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