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감독 시절 알제리와 무승부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 경계심
“월드컵에서 상대국을 존중해야 한다.”
러시아대표팀 파비오 카펠로(68·이탈리아) 감독이 한껏 자세를 낮췄다.
원론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카펠로와 알제리의 과거 악연을 생각하면 그가 몸을 사리는 게 이해가 간다.
카펠로는 4년 전 남아공월드컵 때 잉글랜드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잉글랜드는 미국, 슬로베니아, 알제리와 C조에 속했다. 잉글랜드가 무난하게 1위로 16강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 밖이었다. 잉글랜드는 미국과 1차전에서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알제리와 2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잉글랜드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슬로베니아를 1-0으로 간신히 이기며 16강에 턱걸이했다. 하지만 2위로 올라간 탓에 16강에서 D조 1위인 우승후보 독일을 만났고, 충격적인 1-4 대패를 당했다. 잉글랜드는 확실한 1승 제물이었던 알제리를 꺾지 못한 게 치명적이었다.
카펠로도 직접 알제리를 언급했다. 그는 “작년 12월 본선 조 추첨 직후 남아공월드컵이 생각 났다”며 “우리에겐 조별리그 상대국을 관찰할 시간이 아직 많다. 난 알제리가 4년 전 내가 이끌던 잉글랜드를 상대로 어떻게 싸웠는지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알제리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맞붙는다.
한편, 카펠로는 “선수들이 훈련 과정에서 책임감 있게 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선수들은 월드컵 본선까지 최적의 상태로 임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경기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며 분발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