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승자는 누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겉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승자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노출시키며 정치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푸틴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사설을 통해 “푸틴의 가장 큰 약점은 러시아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이라고 지적했다. 3일 러시아 흑해함대가 우크라이나에 최후통첩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러시아 주식시장의 주가는 10% 이상 폭락했다. 이를 통해 사라진 금액은 600억 달러(약 64조2720억 원). 소치 겨울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푸틴 대통령이 쏟아 부었던 510억 달러보다 더 많은 돈이 하루 만에 증발한 것이다. 러시아 재무부는 이날 루블화의 평가절하를 막기 위해 105억 달러(약 11조2400억 원)를 퍼부은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일 90분간 통화로 철군을 요구할 때까지만 해도 강경 자세를 고수했다. 하지만 눈앞에서 600억 달러가 날아가는 것을 본 푸틴 대통령은 다음 날 우크라이나 국경지역에서 훈련하던 병력을 모두 철수시켰다.
러시아 가스회사 노바테크의 지분 절반을 나눠 갖고 있는 겐나디 팀첸코와 레오니트 미켈손은 회사 주가가 18% 주저앉으면서 32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블라디미르 리신 노보리페츠크철강 회장은 12억 달러, 석유업체 루코일의 바기트 알렉페로프 회장은 9억6000만 달러를 잃었다. 우크라이나와의 군사충돌이 벌어져 서방 국가들이 자산동결 카드를 쓴다면 스위스 미국 영국 키프로스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올리가르히들은 파산 직전에 몰릴 수밖에 없다. 결국 군사작전은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재정적 후원자들을 다 잃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시사주간 타임 역시 4일 “푸틴의 우크라이나 도박은 러시아 국민과 핵심 동맹국들의 외면 및 경제 외교적 위기로 인해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WCIOM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의 73%가 자국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에 반대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도 푸틴의 행보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큰 타격을 입는다 해도 이것이 곧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축출한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대의 승리로 연결되진 않는다. 푸틴 대통령이 내상을 입었다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크림 반도를 사실상 러시아에 내준 데다 국가의 민심이 양분되는 치명적 ‘외상’을 입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