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선택 마무리 촬영 앞두고… 수첩엔 “힘들다, 엄마 아빠 미안해” SBS “사과”… 프로그램 폐지 검토
5일 오전 2시경 제주 서귀포시 B펜션에서 여성 출연자인 전모 씨(29·경기 시흥시·회사원)가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 쓰러져 있는 것을 현장 PD가 발견했다. 의사인 한 남성 출연자가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전 씨는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였다. 이어 서귀포시 지역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짝’ 관계자에 따르면 전 씨는 4일 오후 8시부터 출연진과 숙소에서 회식을 했고 5일 오전 1시 30분경 방에 딸린 화장실에 들어간 뒤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이에 연락을 받고 달려온 제작진이 화장실 문을 따고 들어갔을 때 전 씨는 헤어드라이어 줄로 샤워기에 목을 맨 상태였다. 현장에 있던 전 씨의 수첩에는 실연의 아픔을 담은 글이 있었다. 마지막 장에서는 ‘나 너무 힘들어 살고 싶지 않아. 엄마 아빠 너무 미안해’ 등의 메모가 발견됐다. 그는 ‘짝’을 촬영하는 도중에도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힘들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가 외상 흔적이 없고 타살 혐의점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짝’ 제작진과 동료 출연진 등을 대상으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자살에 이르게 한 문제가 있었는지 다각도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SBS는 이날 사과문을 내고 “출연자가 사망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진심으로 사과와 유감의 말씀을 드리며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BS는 이번 촬영분을 3월 말 방송할 예정이었지만 방송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짝’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