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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시민단체에 보조금 지원하고 선거운동 권유했었다”

입력 | 2014-03-06 03:00:00

전직 지자체장들의 고백
공무원 인사 미끼로 유세에 동원… 출판기념회-공약 개발 참여시켜




“제 임기 중에 승진한 공무원들이 선거 때가 되면 ‘은혜를 갚는다’고 (선거운동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불러서 주의를 주기도 했지만 잘 안 되더라고요.”

고현석 전 전남 곡성군수(71)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공무원 줄 세우기’를 자의 반 타의 반 해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농촌은 도시와 달라 인간관계가 얽혀 있어서 학교 동기동창같이 기왕이면 자신과 관계있는 사람을 당선시키자고 나서는 공무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일을 모른 척하거나 조장하는 단체장도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3선 도전을 포기하고 불출마 선언을 한 엄용수 경남 밀양시장은 “선거 때가 되면 인사를 통해 줄 세우기를 한다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선거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말이 나돌았던 것이다. 그런데 불출마를 선언하고 나니 그런 소리가 쑥 들어갔다고 했다.

엄 시장은 “공무원도 역시 유권자이기 때문에 선거가 임박하면 출렁거린다”고 했다. 마음의 동요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엄 시장은 2010년 재선에 도전할 때는 자신의 인사에 불만이 있던 몇몇 공무원이 상대 후보에게 줄 서기를 시도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대부분 승진 순서가 늦거나, 나이가 많아서 승진 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이 그런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때가 되면 내부 직원들이 선거에 휩쓸리면서 업무에 소홀하거나 개인적 이익을 위해 부정행위를 하는 게 문제”라며 “단체장이 바뀔 것에 대비해 새로운 사업이나 결정은 아예 시작하지 않고 미뤄두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중후반 서울 모 지역 구청장을 지낸 A 씨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공적인 업무와 재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을 선거운동에 활용하고픈 유혹에도 때때로 빠졌다고 털어놨다.

“출판기념회 준비를 시키거나 사람을 동원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나중에 후회를 많이 했다. 또 공약 개발에도 공무원을 활용했다. 해야 할 업무보다 신규사업 개발에 신경을 더 쓰도록 한 셈이다.”

하지만 ‘공무원 줄 세우기는 하지 않았다’는 A 씨는 “다른 단체장 중에는 공무원 부인들에게 가까운 지인들을 끌어들여서 사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한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며 “남편의 승진이나 보직 배정, 자녀 취업 등을 미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 보조금을 관내 시민단체에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이들에게 선거운동을 은근히 권유하는 편법을 쓰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배혜림 beh@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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