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뗄 때마다 푹푹 꺼지는 사막의 한복판 온 방향 알수 없으니 갈 방향을 어떻게 알까
시인은 이 시가 자신이 한때 건너가야 했던 심리적 막막함을 기록한 시라고 했다. 시인은 “우리네 삶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특정한 방향을 향해 간다고들 생각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실은 방향도 목적도 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던 시기에 쓴 시”라며 “아무리 걸어도 주변 풍경도 변하지 않고 지평선과도 가까워지지 않는 것 같은 막막함을 사막을 걷는 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바꾸었는지 아닌지……’ ‘걷는다. 걷고 있는 것인가?’처럼 시에서 회의(懷疑)를 품은 구절이 자주 반복되는 데 대해서는 “최소한의 확신조차 가지기 어려운 방향성과 목적성의 상실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요일 시인의 선택은 나희덕 시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문학과지성사)이었다. 시인은 “나희덕은 밀랍 같은 언어로 찢겨진 상처를 메우고 어린 새들의 행방을 알려주며 사랑의 무게와 죽음의 질감을 느끼게 한다. 부드럽다. 단단하다. 아프다. 아름답다”고 했다. 이건청 시인은 권혁재 시집 ‘아침이 오기 전에’(지혜)를 선택하며 “일상 속에 내재된 단절들을 깊이 바라보면서, 그것들의 심연 풍경을 신선한 이미지들로 불러내 보여준다. 불화의 내면을 화해의 지평으로 치환해가는 활달한 말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택수 시인은 정진규 시집 ‘무작정’(시로여는세상)을 추천했다. 그는 “작정을 하고 쓴 무작정의 시다. 종심에 이른 노년의 시학이 이토록 풋풋할 수도 있는가. 무작정이 시인의 거처요, 매체이며 우주를 품는 부동산이라면 어떨까. 추사의 봉은사 판전 글씨가 생각나는 시집이다”라고 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