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골퍼 이민지. 미션힐스 사진제공
"내 이름은 민기가 아니고 민지입니다."
10번홀 티오프에 앞서 자신의 이름을 잘못 소개한 중국인 진행자의 실수를 당당히 지적한 10대 소녀가 힘차게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세계 아마추어 골프 랭킹 1위인 호주 교포 이민지(18)였다. 이민지는 6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코우의 미션힐스골프장 블랙스톤코스(파73)에서 열린 유럽 여자프로골프투어(LET)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에 아마추어 초청 선수로 출전했다.
이날 이민지는 세계 골프 랭킹 1위인 박인비(26)와 처음으로 같은 조에서 라운드를 해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언더파를 쳐 정예나와 공동 2위에 올랐다. 시즌 첫 이글을 낚은 데 힘입어 4언더파를 기록하며 공동 4위로 경기를 끝낸 박인비보다 한 발 앞서 나갔다. 6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나선 세계 2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을 1타차로 쫓는 정상급 실력을 과시했다. 세계 1,2위 사이에 10대 소녀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991년 투자이민을 떠난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1996년 호주 퍼스에서 태어난 이민지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수영 선수를 하며 주 대표선수로 뽑힐 정도로 남다른 운동신경을 보였다. 한국에서 프로 테스트를 준비하던 어머니 이성민 씨(48)의 영향을 받아 10세 때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골프 입문 2년 만에 주 대표로 뽑힐 만큼 급성장한 이민지는 14세 때 호주 국가대표로 뽑혀 4년째 활약하고 있다.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와 함께 남반구를 대표하는 아시아계 유망주로 기대를 모은 그는 지난달 호주 여자프로골프 빅토리안오픈에서 우승하며 프로 잡는 아마로 떠올랐다. 이 대회에 앞서는 LET 볼빅 레이디스마스터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평소 250m를 넘나드는 드라이버 비거리를 기록하는 이민지는 이날 4개의 파5 홀에서 3개의 버디를 낚았다. 이민지는 "출발이 좋아 기쁘다. 기복이 심해 벙커에도 공을 자주 빠뜨렸는데 퍼트가 잘 됐다"고 말했다. 동반 플레이를 한 박인비에 대해서 그는 "세계 1위와 플레이한다는 건 큰 영광이며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일관성 있는 경기 운영이 인상적이었다. 많이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인비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스윙이 안정됐고 퍼트를 잘 했다"고 평가했다.
골프 선수인 남동생 이민우(16)도 주 대표 선수로 뛰고 있는 남매 골퍼 이민지는 지난해 10월 고교 졸업 후 UCLA를 비롯한 미국 명문대학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기도 했다. 학업 보다는 8월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출전을 끝으로 프로에 전향할 계획이다. 어린 나이 답지 않게 늘 긍정적인 생각을 지녀 라운드 할 때 밝은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
박인비와 짝을 이뤄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된 유소연은 공동 8위(3언더파)로 마쳤다.
하이코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