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사태로 본 일반인 출연 리얼리티 프로 문제점

‘리얼’한 방송은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출연자에겐 고역이 될 수 있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구애’의 과정이 전파를 타고 공개된다는 사실은 출연자들에게 큰 심리적 부담을 안긴다. 동아일보DB
‘짝’은 일반인 남녀가 만나 호감을 느끼고, 구애에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조금이라도 더 ‘리얼’한 장면을 잡아내기 위해 출연자들의 시시콜콜한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는다.
출연자들은 6박 7일간 외출을 통제당한 채 말 그대로 24시간 카메라에 노출된다. 출연자들이 생활하는 곳곳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으며 10대의 카메라가 추가로 이들을 따라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짝’ 제작에 참여한 외주제작사 출신 A 씨는 “정말 무식하게 찍는다”고 표현했다. “옷 갈아입는 장면까지 찍는다. 편집을 통해 방송되지 않을 뿐이다. 화장실 빼고는 모두 찍는다고 보면 된다. 출연자들은 촬영하는 내내 자기가 어떻게 방송에 나갈지 걱정하기 마련이다.”
지나친 경쟁도 일반인 출연자들의 불안을 더하는 요소다. ‘애정촌’에서 머무는 동안 출연자들은 마음에 드는 이성과 맺어지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한다. 제작진에게 경쟁은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만들어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는 효율적인 장치다. 하지만 오랜 시간 한정된 장소에 갇혀 지내며 카메라 밖에서까지 경쟁하는 것은 일반인 출연자들에겐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한 케이블 방송 PD는 “심사숙고 없이 출연한 일반인들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돌발 상황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제작진으로서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걸 알지만 방송을 위해서는 중간에 개입하거나 ‘중도 포기’를 허락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일반인 출연자의 자살은 미국에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바 있다. 지난해 참가자가 자살한 인기 요리 서바이벌 ‘마스터셰프 시즌3’ 홍보용 사진. 출처 마스터셰프 페이스북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중적인 노출에 익숙한 연예인과 달리 일반인들은 방송에 비친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방송이 끝난 후에도 인터넷 댓글이 많이 달리기 때문에 방송 출연으로 인한 부작용을 실제보다 더 과장해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가인 comedy9@donga.com·박훈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