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 자살시도 국정원 협조자 위조 시인
● “나를 죄인 취급한다” 유서 남겨
김 씨는 유서 4장을 각각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장(노정환 외사부장)과 자신의 아들, 대통령,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 앞으로 남겼다. 노 부장검사 앞으로 쓴 글에는 국정원에서 돈과 함께 문서를 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문서를 위조하는 데 얼마를 썼다는 구체적인 내용뿐 아니라 국정원이 문서 위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문구도 곳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라를 위해 국정원에 협조했는데 나를 죄인 취급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 3차 소환조사 때 ‘문서 위조’ 털어놔
김 씨가 검찰에서 처음 진술한 내용은 국정원이 검찰에 제출한 자체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와도 일치했다. 국정원은 보고서에서 “현지 협조자가 중국 공무원으로부터 문서를 발급받았고, 이를 국정원 소속 이모 주선양총영사관 영사가 받아 번역한 뒤 영사 인증을 첨부해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DFC)는 김 씨가 소환되기 하루 전 “싼허변방검사참에서 발급됐다는 국정원 측 문서와 변호인 측 문서에 찍힌 관인이 서로 다르다”는 감정 결과를 내렸다. 검찰이 DFC 결과를 토대로 추궁하자 김 씨의 진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김 씨는 2, 3차 소환 조사에서 “국정원 요청을 받은 뒤 중국에 건너가 싼허변방검사참에서 문서를 받은 것처럼 꾸며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을 작성하고, 관인을 구해 찍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며 죄책감을 토로했고, 국정원 측이 문서 위조 과정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국정원, 사전에 ‘위조 사실’ 알았나
국정원이 김 씨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김 씨의 존재와 역할을 국정원 자체 보고서를 통해 알았다. 소환 통보도 국정원을 통해 이뤄졌다. 국정원이 김 씨에게 국정원 입장대로 진술하라고 주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씨가 검찰 조사 전후로 누구를 만났고 누구와 통화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동시에 검찰은 김 씨가 국정원에 돈을 추가로 요구한 사실을 파악하고, 김 씨 진술의 신빙성도 짚어볼 계획이다. 검찰은 김 씨의 회복 상황을 지켜본 뒤 재조사할 방침이며, 문서 입수를 부탁한 국정원 직원도 다시 소환할 계획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