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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때리는 野, 朴지지율 기댄 與… 박근혜 없는 박근혜 선거

입력 | 2014-03-07 03:00:00

[불붙은 지방선거]




‘박근혜 없는 박근혜 선거.’

6·4지방선거에서 선거중립의무가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선거에 관여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일관하게 관통하는 키워드는 여전히 ‘박근혜’다.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이 10년 만에 ‘선거의 여왕’인 박 대통령 없이 전국 단위에서 치르는 첫 선거다. 그래서 새누리당에 이번 선거는 위기일 수 있다. 결국 새누리당은 1년 내내 안정적으로 50∼60%대를 유지하는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대는 방식을 택했다.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이다. 반면 야권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을 계기로 박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정권 심판론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있다. 90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박근혜 없는 박근혜 선거’인 이유다.

○ 선거 키워드는 ‘박근혜’


박 대통령은 1월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을 때 긍정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 유 전 장관이 인천시장 출마 결심을 밝히자 이를 받아들였다. 유 전 장관의 의사를 존중한 측면이 있지만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이 그만큼 지방선거 승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진정한 새 정치는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정치개혁을 앞세운 야권의 새 정치 구도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던 새누리당에 새로운 선거 프레임을 짜준 셈이 됐다.

새누리당은 6일 ‘복지 체감 100℃ 점검단’을 발족하고 서울 송파구의 복지관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세 모녀’ 동반자살 사건이 벌어진 그 관할 구청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새 정치의 본질은 국민의 삶, 민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관계자는 “창당에 몰두하고 있는 야권에 맞서 여권은 민생을 챙기는 일에 주력하는 것으로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도 박 대통령과의 정면승부에 들어갔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가 마치 새누리당 선거 전략 사령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안철수 의원도 5일 “왜 자신의 공약인 기초공천 폐지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여당에 대해 한 말씀도 없으신가”라며 박 대통령을 직접 공격했다.

지금까지 1승 1패를 기록한 박 대통령과 안 의원의 ‘3라운드 승부’ 결과도 관심이다. 박 대통령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나경원 후보를 지원했지만 안 의원이 지지한 박원순 후보에게 패했다. 이듬해 대선에서 안 의원은 문재인 후보에게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내줬지만 박 대통령이 승리했다.

○ 집권 1.5년차 첫 지방선거

1995년부터 지금까지 5차례 실시된 동시 지방선거 결과는 대통령 취임 후 4개월 만에 치른 1998년을 빼곤 예외 없이 여당이 참패했다. 나머지 지방선거는 모두 집권 3년차 이후에 치러지면서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번 6·4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 만에 치러져 예측이 쉽지 않다.

새누리당은 50∼60%대 고공행진 중인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현직 광역단체장 일부의 지지도는 견고해 박 대통령 지지도가 반드시 승리의 ‘보증수표’는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인천의 유 전 장관, 부산의 서병수 의원 등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출격해 이들의 ‘생존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1995년 경기지사 선거에서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밀었던 이인제 전 노동부 장관은 승리했다. 반면 2006년 지방선거 때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현직 장차관 9명을 대거 차출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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