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소비자경제부 기자
여자들이 선망하는 남성상은 시대에 따라 변천을 겪어왔다. 한때는 터프한 육식남이, 한때는 섬세한 초식남이 인기였다. 나쁜 남자 스타일이 인기를 끈 적도 있다. 그렇다면 최근 버전은? 단연 요리하는 남자다. 요즘 사람들이 열광하는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력 있는 칼질을 선보이는 셰프들은 대부분 훈남이다. 꽃무늬 앞치마에 머릿수건을 쓴 요리연구가(대개는 중년 여성)가 중후한 말투로 양념장 제조법을 설명해선 누구의 이목도 끌기 어려워졌다. 드라마 남자 주인공들은 웬만한 레스토랑보다 나은 디너를 뚝딱 차려낸다.
요리하는 남자들이 여심을 사로잡은 이유는 뭘까. 일차적으로는 ‘남자가 요리를?’이라는 반전의 묘미가 시선을 끌었을 것이다. 제이미 올리버처럼 귀여운 표정의 남자가 몇십 분 만에 뚝딱 근사한 지중해식 생선 요리를 선보이는 것은, 어쨌든 신선한 충격이다. 남자들은 거침없이 자르고, 썰고, 볶고 끓인다. 여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요리의 세계에서 역동적이고 즉흥적인 남성미가 의외를 조화를 빚어내며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그래서일까. 요즘 식품회사들이 운영하는 요리 교실에는 남성 신청자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남성 대상 요리 강습의 경쟁률은 평균 5 대 1을 넘어선다. 짝을 찾는 싱글족에서부터 뒤늦게 요리의 가치를 깨달은 중년 남성들까지 다양하다. 데이트 때 맛집 잘 데려가는 남자가 여자에게 어필하던 시대가 있었다. 이젠 달라졌다. 끓일 줄 아는 건 라면밖에 없는 남자, 차려준 것만 군말 없이 잘 먹는 남자가 환영받긴 어려운 세상이 됐다.
박선희 소비자경제부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