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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격침해 리얼리티 프로 SBS ‘짝’이 죽음 불렀다

입력 | 2014-03-07 03:00:00


SBS TV ‘짝’의 20대 여성 출연자가 녹화 도중 목숨을 끊은 사건은 시청률만 염두에 둔 예능 프로그램의 인격침해가 막장 수준임을 보여준다. 이 출연자는 “방송 나가면 한국에서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어머니와 통화한 뒤 촬영 공간 가운데 유일하게 카메라가 없는 화장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망 경위는 조사하고 있지만 이성에게 선택받는 과정과 그것이 공개되는 상황에 심리적 부담감이 엄청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 중에서도 짝짓기 소재는 본능과 경쟁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결정판이다. 이성을 찾는 행위는 본능에 해당하고, 상대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게임 규칙은 갈등을 극대화하는 장치다. ‘짝’의 과거 출연자들도 이성에게 선택받지 못할까봐 강박에 시달렸다고 고백한다. 상대의 마음이 변한 것을 확인한 여성이 대성통곡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방영된 적도 있다. 이번에 자살한 여성은 다른 커플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혼자 남은 캐릭터로 그려지는 데 따른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에게 선택받지 못한 고통도 큰데 이것을 TV로 공개하는 것은 더 가혹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리얼리티 프로라지만 ‘짝’은 출연자의 실제 캐릭터나 의도와는 달리 카메라워크와 편집에 의해 왜곡해 전달하기도 했다. ‘악마의 편집’이라는 말도 있다. 이 출연자는 “제작진이 내 눈물 기대한 것 같은데 (내가) 씩씩해서 당황한 눈치”라는 문자를 지인에게 남겼다. 제작진이 재미의 극대화를 위해 출연자들의 사생활과 애정 경쟁을 과도하게 노출시켰다면 방송사의 횡포다. 출연자가 중도 하차를 원했는데도 계속 출연을 강박해 인권을 침해했는지도 규명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앞서 리얼리티 프로가 유행했던 미국에서는 부작용 때문에 폐지 논란이 일고 있다. 2011년 미국 케이블채널 ‘브라보TV’의 ‘베벌리힐스의 주부들’에 출연한 남성은 아내를 학대하는 남편으로 묘사되자 중압감을 못 이겨 자살했다. 방송법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윤리적 정서적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방송법 위반 소지가 있는 SBS는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방송이 남의 사생활을 엿보고 개인의 감정 노출을 즐기는 천박한 미디어문화, 관음증 사회를 부추겨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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