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협조 조선족 자살기도 ‘긴박했던 한나절’
수술후 중환자실로… 생명엔 지장 없어 5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모텔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국가정보원 협조자 조선족 김모 씨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마친 뒤 중환자실로 이동하고 있다. 김 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위조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 박영준 검사는 5일 낮 12시경 이런 내용의 문자를 받고 깜짝 놀랐다. 이날 오전 5시경까지 세 번째로 조사를 받고 돌아간 ‘국정원 협조자’ 김모 씨(61)에게서 온 것이었다.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어서 검찰은 곧바로 인근 서울 서초경찰서에 신고해 서초동 일대를 뒤지는 한편 김 씨의 위치추적을 요청했다.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 김 씨가 서울 영등포구 내에 있는 것까진 알았지만 워낙 광범위한 지역이어서 정확한 위치 확인에는 실패했다. 김 씨가 자살을 시도하고 있는 순간 소재는 파악되지 않은 채 시간은 흘러갔다.
김 씨는 이날 새벽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영등포로 이동해 한 모텔에 숙박비 5만5000원을 내고 입실했다. 이때가 오전 5시 31분. 잠시 눈을 붙인 김 씨는 오전 9시 40분 모텔을 나갔다가 약 50분 뒤 돌아왔다. 모텔 직원이 술에 취한 김 씨를 발견하고 “어떻게 되십니까”라고 묻자 김 씨는 “손님입니다”라고 짧게 답하고 자신이 묵고 있는 5층 객실로 올라갔다.
검찰 수사관은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지 약 한 시간 뒤인 오후 7시 10분경 모텔과 병원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은 현장 조사를 마치고 돌아간 영등포경찰서 영등포역파출소에 찾아가 유서 등 확보한 물품을 수거해 간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응급실에 간 경찰들에겐 “우리가 맡겠다”고 요구했다. 이후 경찰 측은 발견 당시 상황 등에 대해 “모른다”고 함구 중이다.
오후 6시 43분 서울 여의도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김 씨는 다음 날인 6일 오전 2시 중환자실로 올라갔다. 병원 측은 “(김 씨의) 혈관에 큰 손상이 없어 생명엔 지장이 없었기 때문에 바로 중환자실로 옮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6일 오후 2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병원 측은 “턱 밑 침샘과 기관지가 손상됐으나 수술로 원상 복귀됐다”며 “상태가 심각하지 않아 7일경 일반 병동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 곁은 아들과 형으로 추정되는 남성 두 명이 지켰다.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진선미 의원과 함께 6일 오후 5시 50분께 이 병원 중환자실을 찾아 주치의를 면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