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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아이스하키 선수의 인기

입력 | 2014-03-08 03:00:00


베일에 가려졌던 소치 올림픽 마지막 성화 봉송 주자는 러시아의 ‘피겨 여왕’ 이리나 로드니나와 ‘아이스하키의 전설’ 블라디슬라프 트레티야크였다. 현재 러시아 아이스하키연맹 회장인 트레티야크는 4번의 겨울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딴 국민 영웅이다. 소치에서 조국에 금메달을 안기며 올림픽 2연패를 이룬 캐나다 아이스하키팀 주장 시드니 크로스비의 인기도 우리나라의 김연아 선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아이스하키는 얼음판에서 스틱을 이용해 퍽을 상대의 골대에 넣는 단순한 경기지만 몸싸움이 거칠어 마지막 남은 ‘마초의 스포츠’로 불린다. 경기 자체가 격렬하고 스피드와 강한 체력이 선수의 필수조건이어서 남성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열리는 경기장은 소녀 팬들의 비명소리로 가득 차 인기 연예인의 콘서트장 같다. 소녀들은 한 번쯤은 아이스하키 선수와의 데이트를 꿈꾼다. 미국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고교생 딸을 임신시킨 상대도 같은 고등학교 아이스하키 선수였다.

▷김연아를 사로잡은 남자가 국내에선 드문 아이스하키 선수여서 화제 만발이다. 아이스하키 상무팀 김원중은 선수로서 뛰어난 실력에 연예인 뺨치는 출중한 외모까지 갖춰 ‘연아의 연인’으로 손색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둘은 같은 빙상장을 쓰다가 만났다. 상무팀이 따로 빙상장이 없어 태릉훈련장을 썼는데 마침 소치 올림픽 출전을 선언한 김연아가 드나들다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 국내의 열악한 빙상 환경이 이들을 커플로 맺어준 셈이다.

▷국내 아이스하키는 일제강점기인 1928년 도입됐다. 짧지 않은 역사지만 저변이 좁아 아직 대중적 스포츠로 자리 잡지 못했다. 부잣집 자제들이 특기생으로 진학하는 통로로도 많이 이용됐다. 1990년대 실업팀이 창단됐지만 역시 국제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아이스하키도 아시아 3위에 랭크되는 성장세를 보인다. 김연아와 김원중의 연애가 국민적 관심을 끈 나머지 아이스하키 중흥의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