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잃어버렸다. 지난봄 여행지에서 늦잠을 자버린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국경을 넘어 나라를 옮겨야 했기에, 늦잠은 그 어느 때보다 나를 조급하게 했고, 그 조급함이 그만 숙소에 야상을 두고 나와 버리게 했던 것이다. 야상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이미 국경을 넘은 다음. 사실 그 야상의 적당함에는, 그리 비싼 옷이 아니라 아무렇게나 입고 아무렇게나 벗어놔도 된다는 것, 그러니 잃어버려도 별로 부담이 없다는 것 또한 포함돼 있어서, 나는 그저 조금 아쉬워하고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어쩐지 나는 슬퍼하고 있었다. 마치 사랑이라도 잃은 사람처럼 풀이 죽어 슬퍼하는 나, 그런 나를 위로하려던 일행. 이 기회에 새 옷 사자. 낡을 만큼 낡았던데, 한국 가면 내가 사줄게. 그런데 나는 그 말에 더 슬퍼지고 말았다. 없어, 그거랑 똑같은 옷은 없다고.
정말 없었다. 벌써 몇 해 전에 샀던 옷이라 똑같은 디자인의 야상은 당연히 없었고, 비슷한 디자인의 옷을 입어 봐도 이건 너무 끼는 듯하고, 저건 너무 요란하고. 이건 너무 무겁고, 저건 어쩐지 모르게 불편하고. 그 적당함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와 똑같은 야상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으리라는 걸. 내가 찾는 옷은 새 옷이 아니라 ‘그 옷’이었으니까. 똑같은 디자인의 새 야상이 아니라, 몇 해를 입어 비로소 내게 적당해진 바로 ‘그 야상’이었으니까. 세월이 만들어준 그 적당함은 그 어떤 새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거니까. 그런데 시간이 흘러 다시 봄이 오는 듯하니, 나는 또 일감이 한가득 쌓인 책상에 앉아 일 대신, 검색을 하고 있었다. 똑같은 야상 어디 없나? 그와 똑같은 야상은 절대 찾을 수 없으리라는 걸 잃어버린 순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또.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알면서 또, 찾고 있다니.
※ 야상: 야전상의의 줄임말로 전투복 디자인의 재킷
강세형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