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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고개’ 숙인 3040… 온라인 게임이 주범?

입력 | 2014-03-08 03:00:00

IT 코리아의 비극인가




2008년 열린 진화심리학회 학술회의에서 한 연구자가 유목민 부부의 생활을 심층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야외에서 자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면 사람이나 가축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까 싶어 쉽게 깹니다. 이때 함께 눈을 뜬 부부는 무조건 섹스를 하지요. 자식을 많이, 빨리 낳는 것이 중요한 사회인 만큼 이왕 깬 김에 ‘일을 하자’는 취지입니다. 노동력을 생산하기 위한 섹스는 유목민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경제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섹스가 일이며 놀이였던 시절이 사라졌다. 오히려 섹스의 목적 자체가 모호해진 사회가 됐다.

최재천 원장은 “자녀 출산이 목적이 아니라면 쾌락이 부부관계의 목적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섹스 이외에도 놀거리가 아주 많다는 점이 성관계의 필요성을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특히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손꼽히는 한국 사회에선 게임, 채팅 등 스마트폰 또는 PC를 통해 할 수 있는 다양한 놀거리가 차고 넘친다. 이것 역시 ‘한국형 섹스리스’가 확산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여성들이 즐겨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남편의 게임중독으로 이혼을 고려하고 있다’는 글을 적잖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섹스리스 추세가 가장 빠르게 확산되는 30, 40대 연령층이 1990년대 PC통신에서 시작된 온라인 문화를 처음 접했던 세대라는 점을 지적한다.

게임의 경우 온라인 게임이나 콘솔 게임 등을 많이 하는 이른바 ‘다량 이용자(헤비 유저)’ 중 30, 40대가 가장 많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2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다량 이용자의 연령대는 30대(27.9%)가 가장 많았고, 40대(26.6%)가 그 뒤를 이었다. 모두 20대(26.5%)보다 높은 수치다.

배정원 소장은 “게임이나 채팅, 동영상 등 온라인 콘텐츠가 넘치다 보니 섹스 외에도 즐길거리가 많아진 것”이라며 “부부관계에서는 의도적으로라도 아날로그적인 소통 방식을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석 bsism@donga.com·류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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