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간다, 도시가 산다]<9>삼성디스플레이 아산 탕정공장
충남 아산시 탕정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TV와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 대부분을 생산하는 천안·아산융복합산업단지는 매년 약 30조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삼성 임직원 가족들이 입주한 ‘트라팰리스’ 아파트 단지를 마주한 면사무소 앞 공터에는 ‘목요 직거래 장터’가 한창이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30대 주부들과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나온 할머니들이 저녁 반찬거리를 고르고 있었다.
한때 사방팔방이 포도밭이던 이 작은 시골 마을은 요즘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면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활기에 차 있다.
현재 탕정면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LCD) 라인 2개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 1개가 가동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TV와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대부분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산업단지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인구가 크게 늘었다. 아산시 인구는 이달 기준 30만 명을 돌파해 10년 전인 2003년의 19만7000명에 비해 10만 명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20세 이상∼40세 미만의 청장년층 비율이 전국 평균과 충남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점에 주목한다. 아산시의 20세 이상∼40세 미만 인구는 1999년 6만6527명에 그쳤지만 2011년 9만115명으로 늘었다. 2011년 기준 아산시의 40세 미만 인구 비율은 32.8%로 전국 평균인 29.5%, 충남 평균 27.5%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주민들이 보상금을 모아 지은 상가단지는 유럽풍으로 세련된 느낌이 강하다. 상가 안에는 병행 수입 의류 옷가게부터 카페와 골프연습장, 노래방 등 178개 가게가 업종별로 골고루 입점해 있었다.
윤태균 탕정면 이장협의회 회장은 “삼성 임직원들과 가족들이 쓰는 돈 외에 삼성 협력사 직원들과 건설 인부들이 쓰는 돈이 지역 경제를 살리고 있다”며 “내가 운영하는 주유소만 해도 충남 지역 평균보다 두 배 많은 매출을 매달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1일 열린 삼성의 자율형사립고 ‘충남 삼성고’의 개교식. 삼성이 임직원 자녀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세운 학교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탕정 지역은 일반 산업단지가 아닌 융복합산업단지로 계획된 지역이다. 융복합산업단지란 산업 기능만 있는 기존 산업단지와 달리 주거, 교육, 문화 인프라를 함께 갖춰 생산 활동과 주거 기능이 일체화된 지역을 말한다.
학부모 인구가 늘면서 이들의 자녀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교육시설도 발전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아직은 미비한 상태다. 아산시 총 학교 수는 1999년 118개에서 2010년 121개로 불과 3개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송철영 탕정중학교 교사는 “매년 지역으로 전입하는 학생 수가 늘어 작년까지는 25학급으로 운영하던 것을 내년에는 30학급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역시 삼성이 지은 자율형사립고인 충남 삼성고가 이달 개교하기 전까지 전국구 모집인 충남외고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이 때문에 이 지역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 통학용 봉고차를 타고 50분이 넘게 걸리는 천안 지역 학교로 등교해 왔다. 전문가들은 현재 탕정면에 거주 중인 20, 30대 직원들이 자녀가 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면 지역을 떠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육 시설 충원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삼성이 임직원 자녀 복지 차원에서 충남 삼성고를 새로 지었지만 이마저도 올해 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학교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젊은 세대 및 외국인 인구 유입층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교육뿐 아니라 문화, 의료 시설의 개선도 필요하다. 대형 의료 시설이나 체육 시설, 문화 시설 모두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융복합산업단지는 산업단지 종사자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도 정착해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정주 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우수한 인력의 유입이 쉽지 않고, 주말부부나 기러기 가정 등 지역 미정착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산=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