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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해서 더 강한 외침

입력 | 2014-03-10 03:00:00

세번째 앨범 ‘위험한 세계’ 내고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 윤영배




싱어송라이터 윤영배는 ‘위험한 세계’를 내고 훌쩍 여행을 떠났다. 변변한 유료 콘서트나 홍보활동, 인터뷰 하나 안 하고. “게을러서”라고 했지만 그는 제주 강정마을과 서울 홍익대 앞을 분주히 기타 메고 오갔다. 푸른곰팡이 제공

11회째를 맞은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다 부문 수상의 영광은 제주 농부에게 돌아갔다.

최고 영예인 ‘올해의 음반’을 비롯해 ‘최우수 모던록 음반’ ‘최우수 모던록 노래’까지 세 부문을 휩쓴 싱어송라이터 윤영배(46)는 제주 한경면 고산리에서 농사지으며 산다. 1993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차지하며 가요계에 입문했지만 2010년에야 첫 솔로 음반을 냈다. 17년간 하나음악(지금의 푸른곰팡이)에 속한 조동진 조동익 장필순과 교류하며 작사 작곡자로 조용히 활동했다. “(제 곡을) 제가 부르나 (장필순) 누나가 부르나…. 굳이 구분하고 싶지 않아요.”

그가 지난해 낸 세 번째 앨범 ‘위험한 세계’(사진)는 약자에게 포악한 사회를 향해 날이 선 메시지를, 포크와 모던 록에 기반한 차분한 악곡과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 담은 대조법으로 유별난 음악성을 표출했다. 사랑 노래만큼 달콤하고 유려한 멜로디에 ‘나는 비매품이라 나를 팔지는 않아’(‘선언’) 같은 뼈 있는 가사를 담았다. ‘위험한 세계’의 표지는 그의 부인이 복사기에 얼굴을 갖다대고 촬영한 이미지다. “산업사회에 관한 이미지로 읽힐 수도 있겠죠.”

뜨거운 메시지를 핏대 선 외침이 아닌 내성적 속삭임에 담아내는 낯선 감정 치환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조용한 것이 정서적으로 더 깊은 울림을 일으킨다는 생각이 있었죠. 골다공증 같은 목소리며, 음악도 그렇고. 우리가 그런 부류잖아요. ‘나지막한 게 더 강할 수 있다’는 믿음.”

대구 출신으로 서울에 살다 2003년 부인과 함께 제주에 터전을 잡은 그는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멘토다. 이상순은 앨범 전반에 걸쳐 연주와 편곡 파트너 역할을 했다. ‘목련’이란 곡에서는 이효리와 윤영배가 함께 노래한다. “에이, ‘쟤들’이 공부를 엄청 많이 해요. 책도 저보다 더 많이 볼걸요. 생각이 깊은 애들이에요.”

그의 제주 생활은 음악 생활의 연장이기도, 아니기도 하다. “서울의 녹음실 안에서 보내면서 무슨 자유와 자연과 새를 노래하겠느냐는 불편한 생각이 있었어요. 밭에서 풀 뽑고 나무하는 게 곧 (음악) 연습이죠. 밭일하다 악상 떠오르면? 그냥 놔줘요. 흘러가버리게. 삶이 예술이라면 농부도 예술가이고. 음악처럼 살기를 바라는 거죠. 제주 집에는 기타도 없어요.”

쇤베르크(1874∼1951)에게서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는 그는 올해 만들 네 번째 앨범에서 음악적 구조를 더 파고들려고 한다. “음 사이의 간격과 높낮이가 주는 긴장감과 속도감…. 음악 구조로써 우리가 속한 사회를 은유하고 싶은 거죠.” 지난해 노래 ‘위험한 세계’에 넣은 비정상적으로 낮은 베이스 음 역시 실험의 한 예다. “화음보다 주파수 대역이 청자에게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더 많이 염두에 두는 편이에요. 훨씬 더 냉철하고 이성적인 곡이 됐으면 해서 베이스의 낮은 줄을 정상보다 낮게 조율해 연주했어요.”

어떤 방식으로든 그는 당분간 ‘위험한 세계’를 노래하는 걸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시금치, 배추, 마늘, 완두…. 100평(330m²)쯤 되는 텃밭을 손으로 하니까 만만한 게 아니에요. 돌아서면 풀이 나죠. 근데 둘러보세요. 여긴, 풀 한 포기 안 나는 난폭하고 참혹한 사회죠. 땅, 바람, 공기, 물, 사람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위험한 세계죠.”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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