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9일 월요일 맑음. 다시 돌고 #99 전인권 ‘돌고 돌고 돌고’(1988년)
전인권의 노래는 어쩔 수 없이 들국화를 불러냈다. 전인권컴퍼니 제공
지난해 27년 만에 나온 들국화의 새 앨범에 담긴 신곡들을 처음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기회여서인지 객석은 가득 찼다. 콘서트 제목은 들국화 새 음반 첫 곡 제목이기도 한 ‘걷고, 걷고’.
근데 난 이 공연을 ‘돌고 돌고 돌고’라 부르고 싶어졌다. ‘걷고, 걷고’나 ‘노래여 잠에서 깨라’는 지난해 들국화 공연에서도 들을 수 있었지만 정말 처음 듣는 ‘겨울비’ ‘재채기’는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만큼은 아니었지만 은은히 가슴을 울렸다.
전인권이 지은 곡에는 유독 주술처럼 중독적이고 반복적인 외침이 많다. ‘행진, 행진, 행진… 하는 거야’를 열댓 번 반복해도 지겹지 않고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돌고, 노래하며 다시…’를 30번 불러도 31번, 41번 부르고 싶게 하는 맛이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관객들은 그 반복구들을 끝없이 따라 하며 즐거워했다.
‘돌고 돌고 돌고’는 윤도현 밴드(지금의 YB)가 여전히 그들 최고의 음반으로 꼽히는 4집 ‘한국 록 다시 부르기’(1999년)에서 힘찬 기타 반복 악절을 더해 재해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를 반복하는 ‘걱정말아요 그대’ 역시 카논 변주곡처럼 아름다운 중독성을 지닌 곡이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고 다 졌다 싶을 때 폈던 들국화와 전인권의 음악 여정이 그런 반복구를 닮았다.
아쉬운 점은 두 가지뿐이었다. 들국화 신작에 실렸던 김민기의 ‘친구’를 전인권의 목소리로 들을 수 없었던 것과 들국화 신작의 마지막 곡 ‘들국화로 필래’를 최성원의 목소리로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드러머 주찬권은 지난해 세상을 뜨고 없지만 전인권, 최성원 두 사람은 아직 같은 하늘 아래에 있다.
돌고 돌고 돌다 보면 ‘들국화 콘서트’를 다시 볼 날이 올까. 다시 핀 그 꽃을 마주했던 지난 2년의 시간이 꿈처럼 느껴진다. ‘아쉬워지고 헤매이다 다시 시작하고 다시 계획하고/우는 사람 웃는 사람 서로 다르게 같은 시간 속에/다시 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