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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 지역구 관리’ 곪다가 터졌다

입력 | 2014-03-10 03:00:00

[달아오르는 지방선거]
옛 지역구 공천면접 靑비서관 사표… 안철수 “사표 수리 아닌 파면시켜야”
최연혜 인선청탁 이어 또 물의




임종훈 대통령민정수석실 민원비서관이 8일 사표를 냈다. 자신의 옛 지역구(경기 수원정)의 6·4지방선거 출마 신청자들을 상대로 면접을 보고 일부 신청자를 공천에서 배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 만이다.

청와대는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차례 지방선거에서 공무원의 엄정 중립을 강조한 마당에 정작 사고는 청와대 안에서 터졌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권 내부 기류도 심상치 않자 박 대통령은 자진 사퇴 형식으로 임 비서관을 즉각 경질했다.

야당은 공세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은 9일 “사표 수리가 아니라 파면시켜야 한다. 비위공직자에 대한 사표 수리 제한 규정이 있지 않느냐”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이런 상황에서도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공천을 하겠다고 고집한다면 국민이 대가를 치르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비서관의 공천 개입 의혹 사건이 벌어진 지난달 22일 임 비서관이 출마 신청자 면접을 주도했다는 것이 당시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해당 지역구의 당협 조직위원장은 그저 ‘배석했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박 대통령의 뜻을 잘 아는 임 비서관의 이런 ‘일탈’에는 ‘대리인을 통한 지역구 관리’라는 오래된 정치권 관행이 뿌리 내리고 있다.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아 수원정에 출마한 임 비서관은 민주당 김진표 의원에게 패한 뒤 지난해 정권 출범과 함께 청와대로 들어오면서 당협위원장직을 내놓았다. 공직에 임명돼 당협위원장을 맡을 수 없게 된 경우 통상 대리인을 내세워 지역구를 관리하는 것은 정치권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올해 1월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자신의 옛 지역구인 대전 서구 당협위원장 인선을 청탁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지난해 말부터 불붙은 새누리당 서울지역 원외 당협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당내 갈등도 ‘대리인 심기’ 관행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주광덕 대통령정무비서관은 19대 총선 낙선 후 변호사 개업을 위해 당협위원장직을 내놓자 당에서 오히려 대리인을 내세우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임 비서관 사건을 계기로 지금까지 정치개혁의 사각지대였던 ‘대리인 정치’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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