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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이’ 2주 지나 치과 갔다가 ‘공사’ 키웠다

입력 | 2014-03-10 03:00:00

[기자 체험 클리닉]<4>치아 신경치료




이진한 기자가 치아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파노라마 X선을 찍고 있다(위쪽). 세라세진치과의원의 김세진 원장이 파노라마 X선 촬영 결과를 보면서 치아 상태를 설명해주고 있다(가운데). 본격적인 신경치료를 받고 있는 이진한 기자(아래쪽).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오른쪽 윗어금니 부위에 이가 시린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찻물을 마시면 더욱 심했다. 질긴 음식을 씹을 때도 시린 증상 때문에 항상 왼쪽 치아로 씹었다. 칫솔질을 하면 잇몸에서 피가 묻어 나왔다. 불안했다. 지난해 1년간 미국에서 연수할 때 치아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큰 원인이었다. 대개 이가 시리기 시작해 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빨리 검진을 받는 것이 좋은데 이를 무시한 것이다. 급기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세라세진치과의원을 찾았다. 서울시치과의사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김세진 원장은 본보와 2011년에 ‘자연이 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있다.

#1. 첫째 주

첫날은 치아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파노라마 X선으로 치아 전체를 촬영했다. 김 이사는 단순히 충전작업(치아 때우기)만 할지, 신경치료와 같은 대공사를 할지 결정해야 했다. 신경치료는 치아 속에 충치로 손상된 신경과 혈관 등을 없애 더 이상의 통증이나 시린 증상을 없애는 시술이다. 1년 전에 충전했던 곳을 뜯어낸 뒤 치아 속을 살펴본 김 원장. 그는 “치아 안쪽에 충치균이 침범해 많이 썩은 상태”라고 말했다. 단순히 충전으로는 치료가 힘들고 안쪽에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위에 크라운을 덮어씌우는 대공사가 필요하다는 것.

치아는 제일 바깥쪽에 단단한 부위인 법랑질이 있고 밑으로 완충 역할을 하는 상아질 그리고 더 안쪽으로 신경과 혈관이 존재하는 살덩이(치수)가 있다. 신경치료는 이 살덩이를 제거하는 치료다. 충치균이 치수까지 침범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치아 확대경으로 치아의 상태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문제는 이렇게 신경치료를 받으면 치아의 수명이 평생을 못 간다는 것이다. 정말 신경치료 말고 때우는 방법 정도로 치아를 살릴 수는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충치균이 이미 안쪽에 깊숙이 자리를 잡았고 충치균이 치아 신경으로 계속 파고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방치하면 결국 심한 통증이 생겨 치아를 뽑아야 된다”고 말했다. 결국 첫날, 신경치료를 시작하여 치아신경 일부를 제거하고 임시로 치아를 충전했다.

#2. 둘째 주

치아 안쪽 부위의 임시 충전물을 드릴로 제거하며 신경치료가 계속 진행됐다. 마취주사를 놓은 뒤 아직 남아 있던 치수를 완전히 제거하고 크라운을 씌우기 위한 기초 공사를 받았다. 치료 중 뼈와 귀를 타고 전해오는 치아 깎는 소리가 참기 힘들었다. 이런 느낌이 싫어 사람들이 치과를 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 뒤 혀로 어금니를 접촉하니 큰 구덩이가 파인 느낌이다. 충치가 깔끔히 제거된 상태였다. 이 구덩이 속을 레진코어라는 치아보강재로 밀봉했다. 신경치료는 20분 정도 진행됐다.

결국 한쪽 어금니는 신경과 혈관이 없는 치아가 됐다. 신경과 혈관이 없는 치아는 혈관을 통한 영양 공급이 없기 때문에 결국 푸석푸석하게 돼 쉽게 상한다. 더구나 음식물을 씹을 때 마모되는 정도는 더욱 크다. 이렇게 치아가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금 또는 세라믹으로 만든 크라운을 씌운다. 잘만 관리하면 15년은 거뜬히 버틸 수 있다.

#3. 셋째 주와 넷째 주


셋째 주는 크라운을 씌우기 위해 준비를 하는 날이다. 이를 위해 이제는 치아 바깥쪽을 깎아내는 큰 공사를 다시 했다. 치아 사이에 크라운을 덮어씌울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날은 이미 신경치료가 끝난 뒤여서 마취주사가 필요 없다. 1시간 정도 걸리는 작업이다. 셋째 주도 치아 공사를 많이 하므로 치아 깎는 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다음 끼워 넣을 안쪽 모형을 만들기 위해 치아 본을 떴다.

넷째 주에 비로소 치아 위에 크라운을 씌웠다. 크라운은 크게 세라믹과 금니가 있다. 치아의 마모를 가장 적게 하는 재질이 금니다. 세라믹은 치아와 비슷해서 미용적인 측면이 장점이어서 여성들이 많이 선택한다.

음식이 잘 씹히는지 아랫니 치아와 맞물리는 정도를 알기 위해 금니를 끼웠다 빼기를 반복한 뒤 금니 표면을 가공했다.

총 4회에 걸친 신경치료와 금니 씌우기.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신경치료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다. 신경치료가 끝난 치아가 상하게 된다면 결국 임플란트로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니가 처음엔 어색했다. 이틀 정도 지나서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신경치료는 보험이 되기 때문에 본인부담은 총 4만 원 정도, 그러나 금니를 포함하면 총 비용이 50만 원 가까이 들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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