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여객기 바다 추락] “2세 아들은 선물” “베이징서 봐요”… 실종자들 SNS에 남긴 사연 애틋
8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쉐야롄(薛亞蓮) 씨. 벌써 몇 번이나 스마트폰의 메신저서비스를 들여다봤는지 모른다. 남편 왕융후이(王永輝) 씨의 계정에는 이날 아침부터 쉐 씨가 보낸 메시지 3개가 읽지 않은 상태로 올라 있다. ‘어디야?’ ‘회신좀 해!’ ‘우리 베이징에 왔어!’
허베이(河北) 딩저우(定州)에 살던 왕 씨는 몇 년 전 싱가포르에 가서 건축 인부로 일했다. 월급은 8000∼9000위안(약 140만∼156만 원). 안 쓰고 안 먹으며 억척스레 돈을 모은 그는 귀국편 여객기에 올라탔다 변을 당했다.
베이징에 도착할 예정이던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보잉 777-200기가 8일 남중국해 해상에서 실종되면서 중국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 사고기 탑승객의 3분의 2 가량인 154명(대만인 포함)이 중국인으로 확인된 데다 17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쿤밍(昆明) 테러의 뒤끝이라 집단 불안심리도 나타나고 있다. 신징(新京)보는 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남아 있는 중국인 탑승객 28명의 삶을 소개했다.
탑승객 자오웨이웨이(焦微微)는 4일 친구의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톡)에 2세 아들과 함께한 행복했던 한때를 사진과 함께 올렸다. 사진 속 아들은 말레이시아의 어느 해변으로 보이는 곳에서 자오 씨와 놀고 있었다. 그는 아이의 사진에 ‘기프트(gift·선물)’라고 썼다.
영국 유학 중이던 웨원차오(岳文超·26) 씨는 사고기 탑승 직전 공항에서 ‘See u in Beijing!(베이징에서 봐요!)’이라는 글과 사진을 남겼다. 그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여자 친구를 만나고 중국으로 돌아오다 다시 보지 못할 곳으로 가고 말았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