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간다, 도시가 산다]<10>매일유업 전북 고창 상하공장
매일유업 상하공장에 유기농 우유를 납품하는 오금열 금성농장 대표가 송아지를 안고 웃고 있다(왼쪽 사진). 매일유업 상하공장에서는 자동화된 공정을 통해 ‘상하치즈’를 만들어 전국 4000여 개 매장에 공급한다. 매일유업 제공
○ 기업-농가-지역의 ‘윈윈’ 게임
매일유업은 2003년 고창군 상하면 자룡리에 치즈공장을 세우면서 유기농 우유 사업을 본격화했다. 2006년 작고한 김복용 매일유업 선대 회장은 팔십 평생의 숙원사업으로 치즈공장 설립을 꼽곤 했다. 매일유업은 치즈공장을 만들면서 당시엔 전인미답의 신천지였던 유기농 유제품 시장에 발을 디뎠다.
고창군 농가들도 매일유업의 유기농 우유 사업을 적극 환영했다. 당시 농가들은 새로운 사업모델을 통해 축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을 전환하는 것을 절실히 바라고 있었다. 이런 농민들에게 매일유업의 제의는 거부할 수 없는 새로운 기회였다.
일반 젖소 농가가 정부의 유기농 농가 공식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축사 환경이나 사료 등을 전부 바꿔야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었다. 하지만 농장주들은 유기농 우유라는 새로운 미래를 보고 투자를 결심했다.
기업 유치를 강력하게 희망했던 고창군에서도 매일유업과 농가의 유기농 사업 추진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유기농 사료 값과 축사개조 비용, 토지 임대비 등을 농가에 지원했다. 매일유업의 공장시설 투자비와 고창군의 시설 지원비, 농가 자체 부담금을 합하면 유기농 우유 제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들어간 돈이 약 200억 원 가까이나 된다.
○ 시행착오 3년… 지역사회의 변화
처음부터 유기농 우유 생산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일반 사료에 익숙해져 있던 소가 유기농 사료에 적응하지 못해 죽는 일이 벌어졌고, 넓은 축사와 방목지를 마련하지 못해 중도에 포기하는 농장도 나왔다.
3년이 지나자 매일유업과 농가, 고창군의 3각 협동 체제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상하공장에서 생산하는 우유는 전국 유기농 우유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연매출은 1550억 원에 이르렀다. 요즘 매일유업이 상하면에 내는 지방세는 1년에 1억 원이 넘는다.
매일유업은 2008년 광주에 있던 치즈 공장을 고창으로 모두 옮겨왔다. 자체적인 사업 확장과 광주 공장 이전 덕에 설립 당시 7명이던 상하공장 직원은 200여 명으로 늘었다. 외부에서 인구가 유입되자 2010년 상하면에는 상하수도 시설이 새로 깔렸고, 고창군 전체에는 최근 7년간 195가구가 살 수 있는 아파트 18동이 들어섰다.
고창군은 ‘매일 상하목장’이라는 브랜드 이름 덕도 톡톡히 봤다. ‘상하치즈’ ‘상하 유기농 우유’ 브랜드는 네덜란드의 고다 치즈, 프랑스의 카망베르 치즈 등이 지역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은 것처럼 상하면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고창 토박이인 신기문 상하공장 지원팀장은 “처음에는 중국 상하이 치즈라고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어느새 치즈 덕분에 상하면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고창=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