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개막식 연설에서는 “러시아가 특별한 의미의 대회를 개최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한국과 러시아의 아이스슬레지하키 경기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와 함께 관전했다. 대통령이 유고시에 자신을 대신할 총리와 한 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 유난을 떨지도 않았다. 경호원도 곁에 두지 않은 채 ‘보통 사람’처럼 경기를 지켜봤다. 필립 크레이븐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위원장이 “모스크바가 소치로 옮겨온 것 같다”며 놀랍고 고마워할 만하다.
푸틴이 진심으로 장애인체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일부 서방 언론의 해석처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추락한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한 ‘정치 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확실한 것 하나는 푸틴이 소치에서 보여주는 행동이 자국 국민에게 패럴림픽을 중요한 이벤트로 각인시키고 선수들에게 커다란 힘이 된다는 점이다.
물론 차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8년부터 올림픽과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들이 동일한 연금과 포상금을 받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같은 태극마크를 달고 있어도 같은 대접을 받지는 못하는 게 장애인선수들이다. 인기나 홍보효과라는 기준으로 본다면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동등할 수는 없다. 패럴림픽에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장애인들도 행복한 나라가 선진국이다.
푸틴의 관심이 눈에 보이는 효과로 나타난 것일까. 소치 패럴림픽은 성황리에 치러지고 있다. 자국 대표팀이 출전하지 않는 경기장에도 관중이 가득하다. 올림픽 파크는 매일 매일이 축제 분위기다. 4년 뒤 대한민국 평창에서도 패럴림픽이 열린다. 차기 대통령이 개막식 참석 말고도 평창을 찾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소치에서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