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고민 없는 사회로]<上>육아휴직 왜 못쓰나 엄마
2세 딸을 둔 직장인 최모 씨(31)는 “회사 동료들 중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을 못 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2012년 아이를 낳고 90일 출산휴가만 쓴 뒤 일을 하고 있다.
○ 육아휴직, 아직도 그림의 떡
육아로 지칠 때마다 친정어머니는 아기에게 TV를 보여줬다. 그러지 말라고 하면 어머니는 “그러면 나는 어떡하냐”고 말했다. 최 씨는 “아이를 맡겨서 죄송스러우니 간섭을 할 수 없었다. 아이를 내 방식대로 못 키운다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을 못 쓰게 하는 또 다른 걸림돌은 낮은 급여 수준이다. 현행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40%를 최대 100만 원 지급하되 15%는 직장 복귀 6개월 뒤 지급한다. 2세 외아들을 둔 이모 씨(32)는 “육아휴직을 너무 쓰고 싶지만 급여 때문에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임금으로 월 270만 원을 받지만 육아휴직을 쓰면 급여는 월 100만 원으로 뚝 떨어진다.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최저생계비는 월 132만9118원(3인 가구 기준). 육아휴직을 쓰면 이 씨 가족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생활해야 한다. ○ “육아휴직 1년, 너무 짧아”
육아휴직을 쓴 사람들도 가슴이 답답하긴 마찬가지. 지난해 3월부터 이달까지 1년간 육아휴직을 쓰고 있는 장모 씨(37)는 다음 달 회사에 복귀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이는 요즘 밥은 잘 안 먹고 모유만 찾는다. 장 씨는 인터넷에서 ‘아이 밥 잘 먹이는 법’을 검색해 방법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제3자에게 아기를 맡기면 제대로 먹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그는 “직접 1년 정도는 더 키워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고 했다.
육아휴직을 1년 보장해주니, 정작 현장에서는 몇 개월밖에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쌍둥이(4)를 둔 정모 씨(36)는 육아휴직을 3개월밖에 쓰지 못했다. 상사가 “옆 부서 OO는 육아휴직 1년을 꼬박 다 채워서 썼더라”며 눈치를 줬기 때문이다.
김모 씨(32)도 회사 분위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첫아이(6)를 낳았을 때는 9개월, 둘째(3)를 낳았을 땐 5개월밖에 쓰지 못했다. 육아휴직 직후 회사에 복귀할 때마다 아이들은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기저귀를 안 벗겠다며 울음을 터뜨리고 불안해하는 증세를 보였다. 김 씨는 “엄마가 필요할 때 제대로 돌봐주지 못해 그런 것 같다”며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털어놨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손현열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