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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10조 들여 고로 불 지피자 당진시 인구 40%늘며 경제도 ‘활활’

입력 | 2014-03-12 03:00:00

[기업이 간다, 도시가 산다]<11>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




지난해 7월 충남 당진시 우강면 우강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현대제철 ‘해피예스 봉사단’ 소속 대학생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2010년 6월 충남 당진군 고대면 당진종합운동장이 가득 찼다. 이날 운집한 당진군민은 3만5000명이 넘었다. 당시 당진군 인구 15만 명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대규모 인파였다. 행사명은 ‘당진제철소 준공 기념 어울림 대축제’. 그해 1월 당진제철소 제1고로 화입식을 가졌던 현대제철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승희 당진제철소 총무팀 차장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갓난아기들, 생업 때문에 참석 못한 분들을 빼면 올 만한 분은 다 왔다”고 기억했다.

○ 당진에 활기가 돌아

당진은 1990년대 후반 경제적으로 혹독한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한보철강이 부도를 내면서 지역 경제의 큰 축이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2004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당시 INI스틸)이 한보철강을 인수했다. 현대제철은 이에 멈추지 않고 일관제철소 건설에 들어갔다. 2006∼2013년 서울 여의도 면적(약 290만 m²)의 2.5배가 넘는 740만 m²의 용지에 총 10조 원을 쏟아 부어 연간생산량 400만 t급 고로를 3개나 만들었다. 지난해 9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3고로에 불을 붙이면서 거대 프로젝트는 일단락됐다. 기존 1200만 t급 전기로 설비까지 총 2400만 t급 초대형 제철소가 완성된 것이다. 한국산업조직학회가 분석한 결과 제1∼3고로 건설은 20만6100명의 고용창출효과와 45조9000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냈다.

당진도 빠르게 성장했다. 2012년 1월에는 시로 승격되는 기쁨도 누렸다. 당진시 인구는 2003년 말 11만7409명에서 지난해 말 16만3920명으로 39.6% 늘어났다. 등록 자동차 대수와 주택 수는 10년 만에 2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지역 기업도 지난해 1만 개(2003년 약 7000개)를 돌파했다.

곽신근 당진시 경제산업환경국 투자유치팀장은 “현대제철이 당진에 들어왔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했다”고 말했다.

○ 당진의 지원, 현대제철의 화답

현대제철이 빠르게 일관제철소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던 배경에는 당진군(현 당진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당진군은 2006년 경제환경산업국 내에 아예 기업 이름을 딴 현대제철팀(현 기업지원팀)을 만들어 4년간 운영했다.

이 팀의 주요 업무는 현대제철이 제철소 용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민원을 해결하는 일이었다. 당시 송산 일반산업단지 안에 고로를 건설할 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다. 한 공무원은 반대 시위를 벌이던 주민들과 몸싸움을 하다 출입문에 손가락이 끼었지만 결혼반지 덕분에 겨우 골절을 면하기도 했다.

당진군의 지원에 힘입어 모든 주민보상 절차는 1년이 채 안 돼 마무리됐다. 신현만 당진시 경제산업환경국 기업유치팀장은 “외환위기 이전에 한 정유회사가 석유화학공장을 지으려다 주민 반발 때문에 결국 무산된 적이 있었다”며 “지자체로서 고용유발효과가 훨씬 큰 현대제철은 절대 놓칠 수 없는 기업이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총 200억 원을 투입해 당진시 시청1로에 ‘당진시종합복지타운’을 지은 뒤 시에 기부했다. 지난해 4월 개관한 이 복지타운은 용지 면적만 1만5000m²에 이른다. 단일 사회복지시설로는 충남 지역 최대 규모다. 이 복지타운에는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 등이 있어 하루 평균 이용자만 400여 명에 이른다. 원훈희 당진시복지재단 사무국장은 “이곳은 원래 복지 불모지로까지 불렸는데 복지타운 설립 후 지역 복지정책이 매우 강화되고 있다”며 “지난 1년간 복지 선진도시 당진을 벤치마킹하겠다고 찾아온 지방자치단체가 10곳이 넘는다”고 말했다.

당진=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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