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울산에서 경남으로 임대 이적한 GK 김영광이 16일 친정 울산과 경기를 놓고 출전 논란에 휩싸였다. 경남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이유로 출전을 준비하고 있고, 울산은 구두 약속을 전제로 출전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프로축구 임대선수는 원소속팀 경기 출전할 수 있나?
울산 “경남에 김영광 임대때 구두 합의”
경남 “계약 조항 없고 골키퍼 대안 없다”
신사협정 준수 vs K리그 흥행 등 입장차
원 소속팀 배려·승부조작 방지 목적으로
유럽리그서도 친정팀과 경기는 안 뛰어
기성용·백지훈 경우 출전금지 조항 명시
● 계약서 vs 신뢰
경남은 김영광을 출전시킬 수밖에 없는 팀의 현실적인 상황과 K리그 흥행 등 다양한 근거를 댔다. 경남은 김영광, 박청효, 손정현 등 3명의 골키퍼가 있다. 서 팀장은 “김영광의 백업 1순위 박청효는 어깨 부상이다. 손정현은 신인이라 이제 막 프로훈련을 시작했다. 김영광 외에 대안이 없다. 클럽은 팬들에게 매 순간 최고의 품질로 최상의 경기를 보여줄 의무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김영광과 김승규(울산 주전 골키퍼)의 승부도 큰 볼거리다. 넓은 시각에서 K리그 발전을 생각할 필요도 있다”고 조목조목 이유를 들었다.
울산은 구두 합의를 이행하자는 입장이다. 울산 김영국 사무국장은 “우리는 무상이든 유상이든 김영광을 처음부터 임대 보낼 생각이 없었다. 경남이 간곡히 필요하다고 해서 다 같이 발전, 상생하자는 측면에서 김영광을 보냈고 그 과정에서 우리와 경기에는 뛰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계약서에 없다면서 지금에 와서 말을 뒤집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일단 칼자루는 경남이 쥐고 있다. 계약서에 출전금지 조항이 따로 없어 김영광이 뛰는 데는 규정상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울산 주장대로 경남이 구두 합의를 해놓고 말을 바꾸는 것이라면 도덕적인 비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임대 선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원 소속 팀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 K리그 뿐 아니라 유럽 등 모든 프로리그가 비슷하다. 일단 임대를 보낸 구단은 그 선수가 친정 팀에 비수를 꽂는 사태를 원치 않는다. 승부조작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임대 선수가 원 소속 팀에 회유나 압력 등을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남 서 팀장은 “우리는 김영광에 대해 강한 신뢰감을 갖고 있고, 김영광도 울산과 경기는 꼭 뛰고 싶다고 의욕을 보인다. 이 부분은 이번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보통은 두 구단이 임대계약서를 쓸 때 출전금지 조항을 삽입한다. 수원삼성은 올 시즌 백지훈을 울산에 1년 무상임대 보내며 ‘수원과 경기는 뛸 수 없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작년 여름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에서 선덜랜드로 1년 임대 간 기성용도 친정 팀과 경기는 뛰지 않고 있다. 기성용 에이전시 C2글로벌 관계자는 “기성용이 스완지시티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들어 있다”고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