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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유저 믿고 주문했는데… 닉네임 사칭 사기꾼이 꿀꺽

입력 | 2014-03-12 03:00:00

온라인 카페-블로그 신종 판매사기




11일 취재팀이 네이버 아이디를 판매한다는 업자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 ‘지수 좋은 아이디’란 포털 사이트 등에서 신뢰도가 높은 아이디를 의미한다. 카카오톡 화면 캡처

“현재 가게 유선(전화)이 잘 안 되네요… 20프로 할인가 실시합니다.”

주부 A 씨(45)는 지난달 10일 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한 유명 가구카페에 올라온 게시물을 클릭했다. 맞춤 가구를 20% 할인 판매하는데 가게 전화가 잠시 고장이 났으니 개인 연락처로 문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글쓴이는 카페 운영진의 닉네임인 ‘희○’을 쓰고 있었다. A 씨는 의심 없이 게시물에 적힌 번호로 전화해 수제 장롱 한 짝을 100만 원에 주문했다. 하지만 송금 직전 A 씨는 상대방의 서툴렀던 상담내용이 마음에 걸렸다.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보니 “운영진은 그런 글을 올린 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운영진을 사칭해 글을 쓴 이는 상습사기 등 전과 10범의 사기꾼이었다. 김모 씨(24)는 사기죄로 복역하고 지난해 3월 출소한 뒤 또 다른 범행을 계획했다. 김 씨는 인터넷에서 네이버 아이디 10개를 2500원씩에 산 뒤 육아 골프 애견 등 대표 카페를 골라 가입했다. 당시 카페에서 유행하고 있는 상품 동향과 ‘인지도 있는’ 닉네임, 운영진 활동도 파악했다. 김 씨는 적절한 타이밍을 노려 카페의 ‘파워 유저’(인지도가 있고 활동을 활발히 하는 누리꾼)나 운영진의 닉네임과 동일하게 자신의 닉네임을 바꾼 뒤 상품 판매 글을 올렸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 같은 수법으로 82명의 회원을 속여 20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 등)로 김 씨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처럼 주요 포털 사이트 카페나 블로그 운영진의 인지도를 악용한 인터넷 사기가 전통적 거래 사이트에서 인터넷 동호회로 무대를 확장하고 있다. 잇따르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와중에도 인터넷에서 ‘네이버 아이디 팝니다’라는 식의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나 파워블로그 등에서 지명도가 있는 사용자에게는 쪽지나 e메일을 통해 ‘월정액 아이디 대여 요청’을 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취재팀이 11일 이 중 한 곳과 접촉해 본 결과 “일반 아이디는 600원, 지수(指數) 좋은 아이디는 3만 원씩 하고 있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수’란 블로그의 경우 검색했을 때 얼마나 노출도가 높은지,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의 경우 ‘전문가지수’가 얼마나 높은지를 의미한다. 전문가지수는 답변자의 답변 채택 횟수와 추천 수에 따라 높아지는 것으로 지식인 답변의 공신력을 평가하는 척도다. 이런 식으로 거래되거나 대여된 아이디는 ‘아이디 신뢰도’에 기댄 허위·과장광고에 쓰이거나 김 씨 같은 사기 범행에 악용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파워 아이디’ 도용 및 사칭은 포털 사이트 측의 감시와 이용자 측의 기초정보 확인만으로도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운영진 닉네임 사칭의 경우 운영진이 보내는 쪽지나 e메일은 일반 메시지와 다른 형식을 띠게 하는 등 간단한 조작으로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광진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 박상환 경위는 “인터넷 카페 거래에서도 ‘더치트’ 같은 판매자 정보 조회 서비스나 안전거래 시스템을 적극 이용해 사기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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