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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폭 무릅쓴 ‘멜트 다운’과의 사투… 3년前 흔적 그대로

입력 | 2014-03-12 03:00:00

후쿠시마 원전 심장부 중앙제어실 해외언론에 첫 공개




‘계단과 복도에 길게 늘어져 있는 검정 소방호스와 원자로 수위계 옆에 깨알같이 쓰인 냉각수 수위 기록….’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의 ‘심장부’였던 1, 2호기 중앙제어실은 3년 전 그 순간 이후 시간이 멈춘 듯했다. 한국을 비롯한 해외 언론에 처음 공개된 중앙제어실은 24시간 원자로 및 터빈 운전을 감시하는 원전의 중심부다. 원전 운전원들은 이곳에서 방사능 피폭과 대폭발의 위험 속에서 노심 용융(멜트 다운)에 필사적으로 맞섰다.

10일 오후 1시. 외신 공동취재단을 태운 버스가 1, 2호기 건물 옆에 멈추자 방사선량은 시간당 40μSv(마이크로시버트)를 나타냈다. 1호기 앞으로 50m쯤 걸어가자 시간당 80μSv로 치솟았다. 일반인의 인공방사선 피폭 한계는 연간 1000μSv다.

취재단은 바다 쪽 입구에서 중앙제어실 건물에 들어갔다. 2층 제어실로 이어지는 좁은 계단과 통로, 복도에는 사고 당시 사용된 여러 개의 검은 소방호스 등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책상 위에는 사고대책본부와 주고받은 핫라인 전화기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1호기 제어실의 원자로 수위계 옆에는 시간에 따른 냉각수 수위가 연필로 기록돼 있었다. ‘16시 50분 마이너스 50cm’, ‘16시 55분 마이너스 130cm’….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자로 냉각수의 수위는 쑥쑥 줄어들었다. 직원들은 노심 용융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3월 12일 오후 3시 36분 1호기 원자로에서 마침내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거대한 방사능 사고의 시작이었다. 초기 방사능 유출로 피폭된 최초 운전원 10명은 그 후 치료 등을 이유로 모두 퇴직했다.

원전 위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원자로를 해체하기까지 30∼4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이고 수시로 터져 나오는 방사능 오염수 문제는 여전히 ‘통제 불능’이다. 도쿄전력이 설치한 원자력개혁감시위원회 위원장인 데일 클라인 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장은 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수천 t의 오염수를 (탱크 안에) 담아놓는 것보다 오염수를 정화한 뒤 통제된 상태에서 해양으로 방류하는 쪽이 더 낫다”고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 3주년인 11일에는 일본 각지에서 희생자 추모행사가 열렸다. 일본 정부는 오후 2시 30분부터 도쿄(東京) 국립극장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3주년 추도식을 가졌다. 한국은 지난해 일본과의 소통 문제로 당시 신각수 주일 대사가 참석하지 못했으나 올해는 이병기 주일 대사가 참석했다. 청융화(程永華) 주일 중국대사는 2년 연속 불참했다.

지진이 발생했던 시간인 오후 2시 46분부터 1분간은 행사장 안팎에서 희생자에 대한 묵념이 실시됐다. 긴자(銀座) 등 시내 중심부에서도 행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후쿠시마=공동취재단

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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