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 서울시장 출마… 마지막 대선 승부수 재벌 이미지 극복이 관건… 여론조사는 정의원 앞서지만 서울시내 당협위원장 다수 친박… 당심의 향방은 미지수 불공정 경선 논란, 대통령 중립의지 의심받아선 안돼
황호택 논설주간 채널A 시사프로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진행
정 의원이 서울시장이 된다면 정치의 무게중심이 쏠리기 쉽다. 반면에 김 전 총리가 서울시장이 되면 정치적 야심이 없어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재촉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정 의원의 인간관계는 차치하더라도 친박이 정 의원보다 김 전 총리를 선호하는 까닭이다.
정 의원은 당내 최대 계보인 친박을 의식한 듯 채널A에 출연해 “내가 서울시장이 되면 청와대를 들이받을 거라고 말하는 의원들이 있는데 그런 상식에 없는 짓을 할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권을 장악한 친박이 불공정한 경선관리를 한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정 의원은 10일 방송에 출연해 “(당 지도부가) 형평성을 잃은 것인지 누구와 내통하는지 궁금하다”고 날을 세웠다.
정 의원의 재벌 이미지가 서민 정서에 어떻게 투영될지도 중요한 변수다. 그는 동작구에서 두 차례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최근 세 모녀 자살에서 보듯 서울시내 전체로 보면 도시서민이 많다. 정 의원이 연봉 1만 원 시장론을 꺼내든 것도 서민 정서를 의식한 때문이다. 1조7000억 원에 이르는 현대중공업 주식의 처리를 놓고 고민이 깊을 것이다.
새누리당 경선 룰은 대의원 20%, 책임당원 30%, 국민참여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당내 50%, 당외 50%의 구도다. 지난 총선에서 친박이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서울의 48개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중에 친박이 70∼80%에 이른다. 친박의 지원을 받는 김 전 총리가 유리한 형국이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정 의원이 앞선다. 물론 14일 김 전 총리가 귀국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 흐름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정계 은퇴를 번복한 DJ(김대중)는 1995년 1기 지자체 선거에서 조순 씨를 서울시장 후보로 차출해 당선시킨 적이 있다. 새누리당의 친박이 과거 민주당에서 DJ의 파워를 갖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당원과 대의원들은 박 시장을 꺾고 나아가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높은 대선주자형 시장후보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김 전 총리의 확장성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지만 정치의 야전경험 없는 관료 출신의 한계도 있다. 또 실컷 키워놔 봐야 주머니의 공깃돌처럼 따라주지 않는 것은 조순 씨가 이미 보여줬다. 조 씨는 DJ의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하지 않고 1997년 대선 직전에 한나라당에 입당해 이회창 후보를 도왔다.
친박의 전략대로 김 전 총리를 후보로 만들어 박 시장을 꺾는다면 좋겠지만 김 전 총리가 박 시장에게 패한다면 그 책임론의 파도가 박 대통령에게 밀어닥칠 것이다. 경선에서 지면 친박이 입을 상처가 클 수밖에 없다. 현재 양자대결 가상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과 박 시장을 붙여놓으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다. 김 전 총리는 박 시장에게 10%포인트 이상 밀린다. 김 전 총리가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김 전 총리 카드는 정치적 무리수라고 봐야 한다. 불공정 경선 시비가 가열되면 서울시장 선거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지도 의심을 받게 된다. 정몽준 김황식 대결을 새누리당의 내부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