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 산업부 기자
인터넷 업계는 묘한 곳이다. 분명 한국 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따로 존재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이들의 국적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든, 싸이월드든 그것이 일단 인터넷이라는 플랫폼 위에 얹히면 사용자들이 느끼는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차이는 거의 없어진다. 본사가 어디에 있고 서버가 어디에 있든, 한국에 지사를 두지 않아도 한국어 버전만 지원된다면 사용자들은 국적과 관계없이 ‘물건만 보고’ 선택한다. 그야말로 무한경쟁의 장인 것이다.
하지만 유독 인터넷 기업의 국적을 따져 대우를 달리하는 곳이 있으니 그건 바로 국내 규제기관이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비슷한 잘못을 해도 정부는 늘 만만한 국내 기업에만 서슬 퍼런 칼날을 댄다”며 “각종 규제도 외국계는 손도 못 대고 국내 기업에만 씌워 발목을 잡으니 누구의 정부냐”고 항변한다. 잘못해서 때리는 것까진 이해하는데, 때리려면 똑같이 때리라는 것이다.
지난해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네이버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당시 공정위 직원들은 네이버 본사 내에 별도 공간을 차리고 한 달 가까이 상주하며 조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 직원들은 공정위 조사관들의 호출이 있을 때마다 직접 달려가 질문에 응해야 했다는 후문이다. 인터넷 업계 사람들은 “같은 일이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벌어졌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검찰은 구글이 국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한 일을 적발하고도 조사의 어려움을 이유로 기소 중지한 바 있다. 뒤늦게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에 시정조치를 명령했지만 구글이 이를 실천할지는 미지수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정명령 후 (구글 직원을 직접 만나진 못했고) 구글 측 로펌 대리인을 통해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로펌 대리인만 내세웠다면 어떻게 됐을까.
국경을 넘어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인터넷 세계에서 규제 역차별을 호소하는 국내 기업에 할 수 있는 위로는 이 정도일 거다. “어쩌겠습니까, 한국 기업인 게 죄입니다.”
임우선 산업부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