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인적쇄신 시점 고심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조차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인책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12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국정원이 보여준 일탈과 무능이 매우 심각하다”면서 “국정원의 철저한 쇄신을 위해서는 남 원장의 책임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친이(이명박)계지만 당 지도부에서 남 원장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친이계인 이재오 김용태 의원도 자진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황우여 대표도 남 원장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엄중한 문책과 처벌로 실추된 국정원을 향한 국민 신뢰회복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가세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정갑윤 의원도 “문제가 드러나면 국정원 수뇌부 쇄신 등 결단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청와대 내부 기류도 복잡해지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검찰 수사 결과 발표 후 국정원 인적쇄신과 시스템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대통령의 결단이 남아 있지만 인적쇄신 대상에 남 원장이 포함될 가능성도 닫아 두지는 않고 있다. 민감하게 생각하는 건 인적쇄신의 시점이다.
황 대표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사전 문책론을 펴기보다는 검찰 수사결과를 기다린 후 책임 소재에 따라 엄격히 책임을 논하는 게 온당하다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이라며 10일 선(先) 검찰수사, 후(後) 문책론을 이야기한 박 대통령과 결을 맞췄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나와야 누구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알 수 있다”며 “남 원장 책임 부분은 그때 가서 결정해도 되니 예단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 지도부에서는 남 원장을 경질하더라도 그게 마지막 수습 카드가 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전례를 볼 때 수사 결과 발표 전 남 원장이 물러나더라도 야당은 그에 만족하지 않고 특검을 포함한 추가 요구로 계속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남 원장이 지금 물러날 경우 국정원 조직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동정민 ditto@donga.com·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