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조작 파문] 檢, 위조 주도한 인물로 지목
○ “A 팀장 특정, 증거 조작 ‘윗선’ 수사 신호탄”
검찰은 현재까지 ‘국정원 협조자 김 씨→김 과장→이 영사→A 팀장’ 라인에서 생산된 2개 문건이 위조된 것으로 파악했다. 위조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문건은 이 영사가 지난해 12월 17일 작성한 ‘영사 확인서’(④)다. 확인서는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문의 결과 유 씨 관련 신고가 접수돼 조사가 진행 중이며, 첨부와 같은 답변서를 전달받았다”는 내용으로 이 영사가 직접 작성한 뒤 서명했다. 이 문서는 영사 인증을 받아 법원에 증거로 제출됐지만 결국 허위로 판명됐다. 확인서 말미에는 ‘싼허변방검사참이 보내 온 답변서를 첨부한다’고 적혀 있지만 첨부되지 않았다.
○ “내가 ‘가짜’라고 한 문건, ‘영사 확인서’로 둔갑”
조선족 김 씨는 그동안 검찰 조사에서 증거 조작 경위를 상세하게 진술했다. 이 진술에 따르면 김 과장은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김 씨를 만나 “변호인 측이 제시한 유 씨 출입경 기록을 반박할 자료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매달 300만 원을 받는 협조자 김 씨는 “중국의 퇴직 간부에게 부탁하겠다. 돈이 필요하다”며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로 건너갔다. 그는 검찰이 제시한 유 씨 출입경 기록(出-入-出-入)을 확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김 씨는 유 씨가 중국에서 위조 전문가 이모 씨와 함께 허위 싼허변방검사참 기록을 갖고 다닌다는 신고서(미공개)를 만들었다. 그러나 신고서를 검사참에 제출하지 않았다. 그 뒤 신고가 접수된 것처럼 싼허변방검사참 명의로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③)을 만들었다. 이 씨와 함께 관인도 만들어 찍었고, 싼허변방검사참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검찰은 김 씨가 ‘작업 비용’을 받기 위한 증거로 일종의 ‘인증 샷’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한국에 돌아와 김 과장에게 2건의 문서를 건넸고, 김 과장에게 “둘 중 신고서는 내가 임의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씨는 “국정원도 위조를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김 씨가 만든 서류는 이 영사에게 전달됐다. 이 영사는 김 씨가 위조한 허위 신고서를 직접 제출하는 대신 신고서 내용을 토대로 ‘영사 확인서’를 작성했고, 이를 국정원 대공수사국에 발송했다. 대공수사국이 가짜 신고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문서인 것처럼 꾸며 재판에 활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짙어지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날 체포한 김 씨를 상대로 증거 위조 관련 조사를 계속하기로 했다. 검찰은 유 씨의 간첩 사건 항소심 결심 예정일인 28일 전에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