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자영업자 비율 높고… 제조업 고임금에 시름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지난달 28일 사무직 노동자들과 진행한 웹채팅에서 이같이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 본사는 전 세계 공장의 경쟁력을 평가한 뒤 공장마다 생산물량을 할당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생산성이다. 한국GM은 2012년과 지난해 파업 때문에 각각 4만8000대와 3만5000대의 생산차질을 빚은 바 있다. 호샤 사장은 한국GM의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추가 물량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강조한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3일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2012년 기준으로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25.3달러로 터키와 함께 공동 28위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총 부가가치 생산액을 취업자들의 총 근로시간으로 나눈 것이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미국(54.0달러), 프랑스(52.1달러), 독일(51.1달러) 등 선진국들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비슷한 스페인(43.8달러), 슬로베니아(32.4달러)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1인당 GNI가 2만 달러를 처음 넘은 해를 기준으로 비교해도 한국(2007년)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1.9달러로 독일(1991년 35.8달러), 미국(1988년 32.6달러), 일본(1987년 27.7달러), 스페인(2003년 27.8달러)보다 낮았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음식숙박업, 운수업, 교육서비스업,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 분야 저임금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 자영업자 비중은 28.2%(2011년 기준)로 OECD 국가 평균 16.1%(2010년 기준)보다 훨씬 높다. 미국(7.0%), 캐나다(9.0%), 독일(11.6%), 일본(11.9%) 등 주요 선진국들의 자영업자 비중은 10% 내외다.
○ 제조업은 높은 임금이 문제
제조업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서비스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한국은 1인당 GNI가 2만 달러를 돌파한 2007년 제조업 부문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31.7달러(서비스업 17.7달러)로 독일(1991년 35.8달러)에 뒤졌을 뿐 미국, 일본, 스페인 등보다는 앞섰다.
하지만 노동생산성 개선 속도에 비해 임금 상승 속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제조업 경쟁력이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제조업 부문 전체 근로자들의 연평균 임금은 한국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1.48배로 독일(1.24배)과 일본(1.19배)보다 훨씬 높았다. 한국 근로자들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프랑스 르노그룹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QM3’ 생산 공장으로 르노삼성 부산공장 대신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을 선택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제롬 스톨 르노그룹 영업·마케팅총괄 부회장은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르노 스페인 공장보다 생산비용이 훨씬 높다”며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장의 비용 대비 생산성”이라고 강조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