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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공약’의 끝은… 주민만 세금 덤터기

입력 | 2014-03-14 03:00:00

[지방선거 ‘포퓰리즘 주의보’]
공짜 없는데… 또 선거용 ‘무상 시리즈’




13일 오전 경기도 교통건설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상곤 전 교육감의 ‘무상버스’ 공약 때문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날 오전 실국장 회의에서 ‘무상버스’ 공약에 필요한 예산과 타당성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회의에 참석한 공무원 대부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관계자는 “무상버스는 꿈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 ‘무상버스’가 아니라 ‘세금버스’

김 전 교육감은 12일 출마선언에서 “복지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문제”라며 강력한 추진 의사를 밝혔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재원 마련에 대한 설명은 없다.

버스공영제는 버스회사를 민간 기업이 아닌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무상버스’는 사실상 ‘세금버스’인 셈이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경기도 버스회사들이 지난해 받은 요금이 1조6000억 원이었는데 무상버스가 현실화되면 경기도가 이 돈을 부담해야 한다”며 “단계적이라고 해도 4년 내에 4조 원이 넘는 돈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준공영제만 도입해도 추가로 5000억 원 이상의 재정부담이 늘어난다”며 ‘버스공영제’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 완전 공영제를 하기 위해선 도내 57개 버스회사를 모두 경기도가 인수해 공사(公社)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 비용은 추산하기조차 어렵다고 한다.

현재 ‘버스 완전공영제’를 도입한 자치단체는 없다. 경기도는 민영제를 뼈대로 도와 시군 보조금을 얹어주는 절충형 자금 지원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서울시와 인천시를 비롯한 일부 자치단체가 준공영제를 운영 중이다. 경기도는 조만간 버스 완전공영제 실시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교육감 측은 “도 살림살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소모적인 예산을 줄이면 충분히 무상버스 공약을 실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공공성 확대를 위해 기존 버스회사들이 잘 운행하지 않는 취약노선이나 노인들부터 단계적으로 버스공영제를 적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초기 비용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 전 교육감은 ‘무상버스’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2주 후 발표할 계획이다.

일부 경기지사 후보들이 주장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은 3개 노선을 모두 건설할 경우 총사업비만 11조8000억 원에 이른다. 부산시장 후보들이 내세우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 역시 10조 원 안팎의 사업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재원에 대해서는 “국비로 대부분 충당될 것”이라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 지방재정은 갈수록 나빠져

지방자치단체의 부채가 1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치밀한 재정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공약들이 현실화될 경우 지방재정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많은 지자체의 곳간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2012년 기준으로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인천은 35.1%에 이른다. 민선 4기 마지막 해였던 2009년 2조4773억 원이었던 인천의 부채 규모는 2012년 2조9309억 원으로 3년 사이 5000억 원가량 늘었다. 인천과 함께 대구(32.6%), 부산(30.8%)도 위험한 수준이다. 정부는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40%를 넘기면 재정 위험이 대단히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2010년 시작된 민선 5기 들어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악화된 곳은 대전과 경기 등 9곳에 이른다. 특히 충남(19.1%), 경북(14.2%)은 2012년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2009년의 2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된 지자체는 대부분 민선 지자체장이 공약으로 추진한 국제행사나 산업단지 조성 등 대규모 건설 사업을 진행하면서 부채가 크게 늘어난 곳들이다.

○ 용인 경전철 아직도 빚더미

전임 단체장의 부실한 ‘묻지 마 공약’이 빚은 참사 현장은 곳곳에 널려 있다. 무리한 경전철 사업으로 살림이 거덜 난 용인시는 지금도 빚더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용인시는 2012년 기존 경전철 사업자와의 협약을 해지하면서 투자비를 돌려주기 위해 지방채 5153억 원을 발행했고 한때 채무가 6800여억 원에 달했다.

인천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정부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지어 놓은 문학경기장을 아시아경기 주경기장으로 쓰도록 권고했지만 새누리당 소속 안상수 전 시장은 새로운 경기장 건설을 고집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경기 준비에 2조3000억 원의 돈을 퍼부어 인천은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가장 나쁜 지자체로 집계됐다.(2012년 기준)

전문가들은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재정 계획을 요구하는 ‘페이고(PAYGO·Pay As You Go)’ 제도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배인명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단체장들은 4년 후 떠나면 그만이지만 무리한 사업 추진에 따른 빚은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아야 한다”며 “주민들도 재정적인 뒷받침이 안 되거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들을 가려낼 수 있는 냉철한 눈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길진균 leon@donga.com·배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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