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태조 ‘成桂’서 ‘旦’으로 개명 이유
‘고려의 무인으로 고려의 마지막 왕이 됐다가 조선왕조의 첫 임금이 된 이는?’ 물론 태조 이성계가 정답이다. 하지만 ‘태조 이단(李旦)’ 역시 정답이다. 그는 1392년 고려 35대 왕으로 즉위할 때까지만 해도 ‘성계(成桂)’란 이름을 썼다. 하지만 그 다음 해 조선으로 국호를 바꾸고 초대 왕으로 등극할 때는 외자 ‘단(旦)’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백성들이 임금이나 성현의 이름 한자를 피해 쓰도록 한 기휘(忌諱) 풍습을 따랐던 고려 왕실의 전통을 좇아 이름을 바꾼 것이다.
후대 임금도 모두 외자 이름을 가졌다. 하지만 왕으로 즉위하고도 외자 이름이 없는 임금은 조선왕조를 통틀어 단 2명뿐이다. 태종(太宗) 이방원과 단종(端宗) 이홍위다. 이에 대해 정종수 전 국립고궁박물관장은 “태종은 적합한 한자를 고를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단종의 경우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했기 때문인지) 외자 이름이 기록된 문헌이 전해지는 게 없다”고 말했다.
기휘는 훗날 해당 한자뿐만 아니라 글자는 달라도 음이 같은 한자로까지 확대됐다. 왕은 백성의 고통을 줄이려 일상에서 거의 쓰지 않는 한자를 이름자로 선택하려 했다. 정조(正祖)의 이름(李성)이 ‘이산’으로도 ‘이성’으로도 읽혔던 이유도 백성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싶었던 정조가 당시 거의 쓰지 않던 한자를 이름자로 썼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정조가 처음엔 성을 오늘날 옥편처럼 산(算)으로 발음하다가 1796년 한자발음사전인 규장전운(奎章全韻)을 발행하면서 성(성)으로 발음을 바꿨다고 보고 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