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3사 고객정보 8270만건 팔려
올 1월 정보유출 사건이 처음 터졌을 당시 전문가들은 “디지털 정보 특성상 한번 유출된 정보는 언제든지 복제가 가능하다”며 2차 피해 가능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검찰이 피의자의 진술을 근거로 2차 유출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내놨고 금융당국은 이를 인용해 2차 유출을 부인했다.
당초 광고대행업자 조모 씨와 신용정보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박모 차장은 검찰 조사와 2월 국회 국정조사에서 “빼낸 정보를 1년 넘게 그냥 갖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후 조 씨의 친인척,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 7곳 중 4곳이 대부중개업체인 점을 확인하고 압수수색 등을 벌여 조 씨가 이 업체들에 빼돌린 카드 고객정보를 건넨 사실을 파악했다.
카드 정보의 2차 유출이 사실로 드러나자 금융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검찰 수사 발표 직후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잠잠해졌던 금융당국 책임론이 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출 정보가 금융범죄에 이용된 정황이 없고 2차 유출에 따른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면 카드사가 전액 배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당국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고 추가 정보유출과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파문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유출 방지 대책을 내놓아 마땅히 내놓을 대책이 없다는 점도 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KB국민, 롯데, NH농협카드 등 정보가 유출된 카드 3사도 분주해졌다. 추가 유출에 따른 고객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카드사 임직원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드 3사는 주말에 콜센터를 24시간 운영하며 고객들의 문의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