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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평생 지켜줄 수 없어서…” 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

입력 | 2014-03-15 03:00:00


광주에서 다섯 살짜리 발달장애아를 둔 기모 씨 일가족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 씨 부부는 엄마 아빠도 알아보지 못하는 아들이 결국 발달장애 판정을 받자, 가족으로서 평생 짊어져야 할 부담과 고통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달 2일 경기 동두천시에서도 4세 아들의 더딘 성장으로 우울증을 앓던 30대 주부가 아파트에서 아들과 함께 투신했다. 작년 11월 서울에선 17세의 발달장애 아들을 돌보던 40대 가장이 ‘이 땅에서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건 너무나 힘들다’는 유서를 남긴 채 동반 자살했다.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자살이 복지 사각지대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사건은 취약한 장애인 복지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자폐증, 다운증후군 등을 지닌 발달장애인은 인지력 표현력 자기결정력이 부족해 성인이 돼도 자립이 불가능하다. 지적장애를 동반해 차별 학대 성폭력에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발달장애 아들을 둔 가수 김태원은 “아내의 소원은 아들보다 하루를 더 사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20만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심정도 다르지 않다.

지적장애가 있는 누나 로즈메리와 함께 자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1963년 지적장애인을 위한 대통령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이들의 교육 자립 취업 지원을 위한 체계를 마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발달장애인법이 2007년 처음 발의됐지만 예산 문제로 번번이 통과되지 못했다.

무상급식 기초연금에 이어 무상교통 공약이 나올 만큼 보편적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정된 재원으로 부자들까지 똑같은 혜택을 주기보다는, 발달장애인처럼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부터 촘촘히 지원해야 진정한 복지사회라고 할 수 있다. 광주 일가족의 자살은 꼭 필요한 곳에 복지재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숙제를 우리에게 남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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