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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성원]100% 여론조사 경선

입력 | 2014-03-15 03:00:00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했다. 국내 정당 사상 처음이었다. 명색이 대선후보를 뽑는 일종의 경선인데, 오차가 있고 질문 내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여론조사로 정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논란도 많았다. 하지만 공동의 당원 기반을 갖고 있지 않은 두 후보 사이에 통상적인 경선은 불가능했다. 이후 정당 내부의 공직후보 공천에서도 여론조사는 참고자료 수준을 넘어 ‘여론조사 경선’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이 제주지사 후보를 뽑는 방식을 100% 여론조사로 하기로 결정했다. 우근민 지사는 탈당을 시사하며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 당헌에는 경선 룰이 ‘2 대 3 대 3 대 2(대의원 20%, 책임당원 30%, 국민참여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로 돼 있는데 100% 여론조사로만 정하는 것은 원희룡 전 의원을 위한 특혜라는 주장이다. 당헌에는 ‘취약지역’의 경우 ‘2 대 3 대 3 대 2’ 룰의 예외를 인정해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취약지역은 ‘새누리당의 국회의원 의석이 광역단체 영역 내에서 30% 미만인 지역’을 말한다. 당원 기반이 약해 ‘2 대 3 대 3 대 2’ 방식으로는 민심을 반영하기 어려우니 여론조사로 대체하자는 취지다. 새누리당이 100% 여론조사 방식을 채택하기로 한 제주나 전북은 모두 새누리당의 지역구 의원이 한 명도 없다. 우 지사는 작년 말 1만7000여 명을 이끌고 입당했다. 기존 책임당원은 2000여 명에 불과한데 ‘2 대 3 대 3 대 2’ 경선을 치르면 우 지사에게만 유리한, 불공정 경선이 될 수도 있다.

▷문제의 근원은 취약한 당원 구조에 있다. 새누리당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들로 구성된 선진국형 당원 구조라면 특정 후보가 1만7000명을 데리고 들어와도 정상적인 경선을 못 치를 이유가 없다. 이름뿐인 ‘종이당원’이나 특정인이 좌우하는 ‘로봇당원’이 대부분인 당원 구조의 극복 없이는 진정한 상향식 공천이 요원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