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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美 메이저리그는 하늘, 마이너리그는 땅

입력 | 2014-03-15 03:00:00

방문경기 식비, 메이저리거 11만원 vs 마이너 1만원




지난해 7월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코리안데이 행사에서 당시 신시내티 소속이던 추신수(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LA 다저스의 류현진(왼쪽에서 두 번째) 및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메이저리거’ 추신수(32·텍사스)는 지난해 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신시내티에서 텍사스로 이적하면서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393억 원)짜리 대형 계약을 맺었다. 연평균 1857만 달러(약 200억 원)를 받는데 1년 연봉만 해도 3대(代)가 풍족하게 사는 데 지장이 없다.

그렇지만 10년 전만 해도 ‘마이너리거’ 추신수는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2000년 시애틀과 계약해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루키리그와 싱글A, 더블A 등 마이너리그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마이너리거의 연봉은 보잘것없다. 더블A급 선수들은 대개 한 달에 2000달러(약 214만 원) 정도를 받는다. 당시 추신수는 부인 하원미 씨와 결혼한 상태였는데 돈을 아끼기 위해 다른 선수 부부와 함께 월세 700달러(약 75만 원)짜리 집에서 살았다.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쓰다 보면 2000달러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추신수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기 시작한 것은 2006년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뒤 메이저리그에서 본격적으로 뛰게 된 이후다. 2007년 추신수는 처음으로 소속팀과 메이저리그 연봉 계약을 했다. 당시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 수준이었던 38만3100달러(약 4억1000만 원)를 받았지만 마이너리그 시절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3년을 뛰어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갖춘 2011년에는 연봉이 397만5000달러(약 43억 원)로 부쩍 올랐다. 2012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490만 달러(약 52억 원)와 737만5000달러(약 79억 원)를 받았고, FA가 되면서 그 정점을 찍었다. 추신수가 밟은 길은 성공한 메이저리거들이 거치는 전형적인 과정이다.


마이너리그의 ‘눈물 젖은 빵’

마이너리거를 표현할 때 ‘눈물 젖은 빵’을 먹는다는 말을 자주 쓴다. 이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평균 연봉은 339만 달러(약 36억 원)였다. 초짜 메이저리거가 받는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도 50만 달러(약 5억4000만 원)에 달했다.

하지만 30대 베테랑 선수라고 해도 마이너리그에서 받는 연봉은 10만 달러(약 1억700만 원)가 채 되지 않는다. 미국에 막 건너갔을 때의 추신수처럼 대부분의 마이너리거는 1000∼2000달러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1만∼2만 달러(약 1070만∼2140만 원) 정도다.

탬파베이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며 메이저리그에 서는 꿈을 꾸었던 이학주는 14일 다시 마이너리그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동아일보DB

방문경기를 할 때면 미국 구단들은 선수들에게 일종의 식대인 ‘밀 머니(Meal Money)’를 지급한다. 메이저리거들은 하루에 100달러(약 11만 원) 정도를 받는다. 그런데 마이너리거들이 받는 밀 머니는 10달러(약 1만 원) 내외다.

이 돈으로는 스테이크는 꿈도 꿀 수 없다. 결국 마이너리거들이 주로 사먹는 건 햄버거나 샌드위치다. 탬파베이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뛰고 있는 이학주는 “마이너리거들 가운데 경기 전후 빵을 먹는 선수가 많다. 열량이 높은 땅콩 잼을 주로 발라 먹는다”고 했다. 추신수도 마이너리그 시절 레스토랑에 갈 기회가 있으면 공짜 빵 조각을 몇 개 챙겨와 숙소에서 먹기도 했다.

이학주는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야구가 잘 안 풀리는 날 숙소 침대에 혼자 누워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곤 했다”고 말했다.


메이저는 하늘, 마이너는 땅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는 연봉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메이저리그가 하늘이라면 마이너리그는 땅이다. 혹자는 천당과 지옥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숙소만 해도 메이저리거들은 특급 호텔을 쓴다. 물론 1인 1실이다. 반면 마이너리거들은 모텔을 전전하고 2인 1실을 쓴다. 마이너리거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이동이다. 마이너리그 팀들의 야구장은 대개 작은 도시에 있다. 그러다 보니 버스로 7, 8시간씩 옮겨 다니는 게 다반사다.

트리플A 선수들은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지만 오히려 버스 이동보다 더 피곤할 때가 많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두루 경험했던 LG 투수 김선우는 “오전 4시에 일어나 공항으로 가 비행기를 탈 때가 있다. 직항이 아닐 때는 공항에서 3, 4시간 기다렸다가 비행기를 갈아타곤 한다”고 했다. 모든 짐은 각자 알아서 챙겨야 한다.

이에 비해 메이저리거들은 짐은 직원들에게 맡겨두고 몸만 비행기에 싣는다. 몇몇 구단은 선수들을 위한 비행기를 소유하고 있다. 좌석은 모두 비즈니스석이다. 이 밖에도 메이저리그는 선수들이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최상의 편의를 제공한다. 클럽하우스에는 선수들의 장비를 챙겨주고, 세탁을 도와주며, 잔심부름을 해주는 직원이 10여 명이나 된다. 이 사람들을 ‘클러비(clubbie)’라고 부르는데 메이저리거들은 서비스를 받는 대가로 일정한 팁을 준다.

한국 프로야구의 1, 2군 격차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차이처럼 크지는 않지만 작다고도 할 수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해 신인과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1군 엔트리(구단별 연봉 상위 26명)의 평균 연봉은 1억8432만 원이다. 이에 비해 나머지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3132만 원으로 거의 5배 차이가 난다.

한 구단 관계자는 “대접이 다르기 때문에 한 번 1군 무대를 맛본 선수는 다시 2군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점들이 2군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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