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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1할9푼5리 꼴찌 타자에서 ‘염갈량’ 감독으로

입력 | 2014-03-15 03:00:00

“영원한 마이너는 없다”… 염경엽의 유쾌한 반전




프로야구 넥센 염경엽 감독(46·사진)은 차세대 지도자 중 가장 앞서가는 인물로 꼽힌다. 염 감독은 부임 첫해였던 지난해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넥센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건 2007년 창단 이후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염 감독은 팬들로부터 ‘염갈량’(염경엽+제갈량)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염 감독은 야구 공부를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72)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는 연구파로 유명하다. 그가 초보 감독답지 않게 상대 허를 찌르는 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 건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결과다. 무명이던 염 감독 선임 소식에 ‘충격과 공포’에 빠졌던 넥센 팬들도 이제는 ‘염느님’(염경엽+하느님)을 의심하지 않는다.

염 감독이 프로야구 896경기에서 기록한 통산 타율은 0.195밖에 되지 않는다. 500경기 이상 뛴 선수 중에서 가장 나쁜 기록이다. 광주 제일고-고려대를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치고는 확실히 부끄러운 성적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낮은 타율이 염 감독을 명장으로 만들었다. 누구든 시원치 않은 방망이 실력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려면 남다른 야구 센스가 꼭 필요하다. 실제로 염 감독은 빼어난 내야 수비와 빠른 발만큼은 알아주던 선수였다. 또 염 감독은 선수 시절 약점이 컸기에 더그아웃에서 스타선수들보다 더 야구와 인생에 대해 고민했다.

염 감독은 옛 현대와 LG에서 프런트 생활을 거치며 구단이 돌아가는 큰 그림을 배우고 선수를 보는 안목도 갖출 수 있었다. 올해 시범경기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는 강지광(24)을 지난해 2차 드래프트(2군 선수들이 새 팀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하는 제도) 때 LG에서 데려올 수 있었던 것도 LG 스카우트를 지냈던 경험 덕이었다.

염 감독만 ‘마이너 선수’에서 ‘메이저 지도자’로 거듭난 건 아니다. 염 감독 다음으로 통산 타율이 낮은 이는 KT 조범현 감독(0.201)이고, NC 김경문 감독은 0.220으로 열 번째로 낮다. 두 사람은 경기 전체를 보는 눈이 필수인 포수 자리를 맡고 있었기에 타율이 낮아도 1군 무대에서 계속 버틸 수 있었다.

감독은 아니지만 민경삼 SK 단장 역시 여섯 번째로 타율이 나빴다(0.217). 가장 타율이 나빴던 10명 중 4명이 감독 또는 단장으로 선두에서 프로야구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선수 시절 성적이 마이너였다고 그의 인생까지 마이너인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니 △NC 지석훈(0.199) △KIA 김주형(0.209) △삼성 채상병(0.212) △롯데 문규현(0.223) △롯데 이여상(0.224) △LG 권용관(0.229) △롯데 박준서(0.230) △롯데 이승화(0.234) △한화 한상훈(0.235) △한화 오선진(0.236) 같은 선수들을 눈여겨봐 두자. 아직은 그게 누구인지 모르지만 1000타석 이상 들어선 현역 중 통산 타율이 가장 나쁜 이 10명 중 지도자로 성공하는 이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역사가 증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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