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2개국 판매… 영화로도 제작되는 샐리 그린의 ‘하프 배드’
영국의 펭귄 출판사는 지난해 3월 이탈리아 볼로냐 도서전 기간에 전직 회계사였던 샐리 그린(사진)의 첫 작품 ‘하프 배드(Half Bad)’의 콘셉트만 보고 과감히 100만 파운드(약 17억 원)의 선인세를 걸고 3부작의 저작권을 사들였다. 당시 출판관계지는 ‘출판계의 신데렐라 스토리’로 보도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이 지난 현재 이 책의 저작권은 전 세계 42개국에 계약됐고, 21세기폭스사가 영화화를 결정했다.
소설의 배경은 인간과 마녀족(witch)이 공존하는 현대의 영국. 마녀족은 선한 흰 마녀족과 사악한 검은 마녀족으로 나뉜다. 흰 마녀족은 검은 마녀족이 흑마법을 써서 세상을 어지럽히고, 흰 마녀족을 없애려 한다며 검은 마녀족의 준동을 감시한다. 주인공인 열여섯 살 소년 네이선은 검은 마녀족 중 가장 힘이 센 마커스가 겁탈한 흰 마녀에게서 태어난 혼혈아. 하프 배드는 검은 마녀족과 흰 마녀족의 혼혈인 네이선을 지칭한다. 네이선의 어머니는 마커스에게 겁탈당한 수치심과 그에게 남편마저 살해당한 괴로움을 참지 못하고 자살한다.
가정과 학교에서 ‘왕따’인 네이선은 그에게 저주받은 운명을 안겨준 생부 마커스를 증오한다. 17세 생일을 앞둔 그는 몸속에 위치 추적 장치까지 삽입되고 가족과 격리된 채 24시간 감시를 받는다. 네이선은 이런 상황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몇몇 흰 마녀족의 양심고백을 듣게 된다. 사실 검은 마녀족이 극악무도한 존재라는 것은 조작된 것이며 마커스와 네이선의 어머니는 서로 사랑했던 사이란 것이다. 혼란에 빠진 네이선 앞에 마커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펭귄사의 편집주간 벤 홀스렌은 “이 소설은 ‘마녀판 1984’이다. 주요 인물들이 마녀라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소설은 현대의 영국을 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미래 전체주의 체제의 섬뜩한 모습을 그렸다. ‘하프 배드’ 역시 자의적 목적으로 개인을 감시하고 자유를 제한하는 사회체제와 그 체제가 심어준 왜곡된 정보를 진실로 믿고 살아가는 마녀들이 실감나게 묘사돼 있다. 과연 하프 배드가 YA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적 히트작이 된 트와일라잇과 헝거 게임의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jenniifera@usborne.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