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 뒹굴며 사는것도 삶의 방식… 가만있는게 상책인 사람들 많다”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파 지음·한호정 옮김/260쪽·1만2000원·동아시아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의 저자 ‘파’는 본명은 공개 안 하면서도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와 함께 찍은 얼굴 사진은 공개했다. 동아시아 제공
“미안하다. 실명을 밝힌 적 없다. 이름이란 자신과 타인, 사회적 인간관계의 연결고리다. 난 그 굴레에서 벗어나 실체 없이 살고 싶다. 파도 유령이나 혼령을 뜻하는 ‘팬텀(phantom)’에서 따왔다. 그저 이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싶다.”
“어릴 때부터 어디에 소속된 게 싫었다. 10대 땐 맘대로 살기엔 간이 작았다. 할 게 없어 공부했다. 좀 나아질까 싶었지만, 대학도 회사도 버티기 힘들었다. 사람마다 적성이란 게 있으니까.”
―적성이 밥 먹여주나. 한국이면 ‘노력 없는 백수의 자기 옹호’라 비난받기 딱이다.
“일본도 비슷하다. 어른들한테 혼 많이 난다. 반면 젊은 층은 공감하는 이가 꽤 된다. 일종의 세계관 차이인데…. 모두가 니트족이 되자는 소린 아니다. 일이 좋으면 일하고, 싫으면 관두잔 얘기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자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지금은 젊으니까 가능해 보인다. 나중에 당신들에게 들어갈 세금이 아깝다.
―그럴듯하지만 사회에 별 관심 없는 것 아닌가? 제3세계 청년이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인정한다. 세상사엔 흥미 없다. 의지를 가진 분들이 잘하면 좋겠다. 가난한 나라면 불가능하단 말도 맞다. 하지만 노동에 힘겨워하는 이들이 없길 바란다. 니트족이라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건 아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게 우리가 바라는 세계다.”
―정신 차려라. 우리가 사는 지구는 매일 전쟁과 갈등이 벌어진다.
“그게 니트족의 사고방식 때문일까. 아니다. 더 일하고 더 돈 벌고 더 가지려는 욕심이 빚은 결과다. 현대 사회는 충분히 풍요롭다. 만족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자신을 돌아보라. 어쩌면 그런 삶을 살지 못해 흥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좋은 타협점이다. 각자의 인생에서 장점을 찾으면 된다. 책을 쓴 것도 나처럼 살라는 게 아니다. 행복을 찾는 길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자는 거다. 옛날에도 은둔자의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존중해 줬듯이. 최소한 니트족은 남에게 폐는 끼치지 않는다. 가만있는 게 상책인 사람들, 세상에 참 많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