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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노병도 죽는다, 다만 전우애는 영원”

입력 | 2014-03-15 03:00:00

◇불후의 명장 채명신/박경석 지음/465쪽·1만5000원·팔복원




6·25전쟁의 영웅 맥아더는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란 명언을 남겼다. 6·25전쟁부터 베트남전까지 한국군 장병 중 최다 참전용사였던 채명신 장군(1926∼2013)은 지난해 숨을 거두며 장군묘역을 마다하고 사병묘역을 택함으로써 “노병도 죽는다. 다만 전우애만큼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몸으로 전했다.

군장병뿐 아니라 국민까지 ‘대한민국 참군인’으로 추모하게 된 채명신의 생애를 기록한 이 책을 읽다보면 단순히 올곧은 군인을 넘어 전쟁영웅으로서 채명신을 만나게 된다. 광복 이후 이북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월남한 뒤 공산주의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염원으로 국방경비대 사관학교(육군사관학교의 전신)에 투신한다. 그는 이후 제주도4·3사건부터 38선 교전, 태백산 공비토벌작전, 6·25전쟁, 베트남전까지 무수한 전투를 치렀지만 후퇴를 할지언정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특히 6·25전쟁 초기 강원도 삼척에 상륙한 북한군 대대병력을 상대로 200명 중대병력을 이끌고 적 소대병력을 궤멸하고 3명의 포로를 잡은 것은 김종오가 이끌던 6사단의 승전과 더불어 국군의 첫 승전보로 기록됐다. 한국군 최초의 정규 유격대인 백골병단 500여 명을 이끌고 인민군과 중공군의 후방에서 펼친 무공, 베트남전에서 독자적 작전지휘권을 획득하고 연전연승을 거둔 전술전략도 감탄스럽다. 태극 을지 충무 화랑 무공훈장까지 그가 보유한 28개의 훈장 수훈 기록이 한국군 최다라는 말도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다.

베트남전 때 고인의 휘하에 있었던 저자(육사 2기)가 쓴 이 책은 채명신의 명(明)만 담고 암(暗)이 빠졌다는 점에서 평전으로서 객관성이 부족하다. 하지만 저자는 6·25전쟁 영웅으로 백선엽 장군에게 주어진 과도한 영예를 매섭게 비판함으로써 그 모자란 균형감을 성취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일본군 장교 출신의 백 장군을 명예원수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일었을 때 채명신 장군이 발 벗고 나서 저지한 일화 이면에 담긴 취지를 꼭 일독하기를 권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