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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엄마와 주말 티타임 20년… 茶에 담긴 삶의 지혜

입력 | 2014-03-15 03:00:00

◇인야의 티 노트/조은아 지음/300쪽·1만5000원·네시간




대화를 시작할 때 “이야기 좀 하자”보다는 “잠시 차 마실까”라고 하는 쪽이 덜 부담스럽다.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나 ‘취하기 위한’ 음주에 비해 차(茶)는 대화와 교감을 목적으로 한다. 향을 느끼고 미세한 맛의 차이를 감별하며 차를 음미하는 행위는 그 자체가 꽤 문명적으로 진화한 형태처럼 보인다.

‘우아함을 마신다’는 뜻의 음아(飮雅)의 중국 발음 인야를 필명으로 쓰는 저자는 중국에서 차를 공부한 ‘티(tea) 큐레이터’다. 맞벌이를 했던 저자의 부모는 짧게라도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값지게 보내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티타임’을 가졌다고 한다. 저자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된 주말 티타임은 20년이 넘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차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전하는 걸 목적으로 했지만 오랜 기간 저자와 어머니가 함께 차를 마시며 나눴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부제가 ‘엄마와 차 마시는 시간’인 이유다.

어머니가 서른을 앞두고 있는 딸에게 전하는, 평범하지만 가볍지 않은 삶의 지혜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모녀 사이에 일어난 에피소드마다 이와 관련지어 차 이야기를 덧붙였다. ‘성공의 기준’에 대한 모녀의 대화를 담고, 이어 좋은 차의 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식이다. 이때 저자는 “내가 차를 마시는 이유와 취향에 따라 좋은 차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서두에 ‘기본적으로 차를 어느 정도 접해 본 사람을 대상으로 썼다’고 밝힌 만큼 책에 담긴 차에 대한 정보는 다소 전문적이다. 황차와 홍차를 설명하면서 발효차와 산화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가 하면 중국 내 유명 차 생산지와 차의 제조 과정, 중국 차의 과거와 현재를 꼼꼼하게 소개한다. ‘비 내리는 날에는 홍차, 해가 뜨겁게 내리쬐는 날에는 안계차(중국 안시·安溪에서 생산되는 고급차)가 좋다’거나 ‘낮고 넓은 잔은 맛을 중심으로 차를 마실 때, 좁고 높은 잔은 향이 좋은 차를 감상할 때 좋다’ ‘열을 잡아주는 백차는 당뇨 치료와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같은 쏠쏠한 정보도 꽤 많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