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간다. 도시가 산다]<13>울산의 양적-질적 성장 이끈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은 울산 지역에 다양한 문화 인프라 시설을 지어 운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운영 중인 대표적 문화 시설인 현대예술관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전’ 등 수준 높은 전시, 공연 등을 꾸준히 열어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위쪽). 임직원들은 홀몸노인 등 불우이웃을 돕는 봉사활동도 정기적으로 벌인다. 현대중공업 제공
지난달 28일 ‘내셔널 지오그래픽전’이 열리고 있는 울산 동구 명덕로 현대예술관 미술관. 도슨트(Docent·작품 해설사)는 캐나다 출신 사진작가 폴 니클렌의 작품 ‘사과나무 위의 스피릿 베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여남은 관람객들은 도슨트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사진을 관람하던 회사원 이유진 씨(20·여)는 “울산에서 태어나 줄곧 이곳에서 살고 있다”며 “4, 5년 전만 해도 공연이나 전시회를 보려면 대구나 부산으로 가야 했지만 이제는 울산에도 볼만한 게 많다”고 말했다.
차주호 현대예술관 차장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전이 열린 두 달 반 동안 약 1만5000명이 관람했다”고 설명했다.
○ 울산과 함께한 42년
울산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이 모여 있는 범현대가(家)의 도시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1972년 3월 울산에 터를 잡은 뒤 지역 대표기업으로 성장해왔다. 현대중공업이 울산시에 내는 지방세는 연간 970억 원으로 지역 기업체 가운데 가장 많다.
조용수 현대중공업 문화부장은 “직원들에게 매달 나가는 급여가 1600억 원, 협력사 등에 지급하는 자재대금이 9600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덕분에 울산의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과 개인소득은 각각 6330만 원과 1831만 원으로 전국 1위(2012년 기준)”라고 덧붙였다.
○ 공업도시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높아진 소득 수준은 삶의 질 상승에 대한 욕구로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현대예술관, 한마음회관, 미포회관 등 7곳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건립비용만 700억 원을 들였다.
이곳에서는 수영이나 볼링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취미교실, 교양강좌 같은 주민참여 행사도 꾸준히 열린다.
특히 현대예술관은 생활이 안정되고 지적 수준이 높아진 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행사를 많이 열고 있다. 올해도 뮤지컬 ‘해를 품은 달’, 피아니스트 백건우 리사이틀, 구스타프 클림트 전시회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체육 인프라도 한층 풍부해졌다.
현대중공업은 1995년부터 울산 곳곳에 4계절 푸른 잔디를 입힌 축구장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2007년 울산과학대 동부캠퍼스에 들어선 아산체육관에는 실내 아이스링크와 테니스장이 있다. 직장인 김영민 씨(41)는 “중학교 2학년인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아이스링크를 찾았다”며 “울산에는 풋살경기장, 공원 등 아이와 여가를 보낼 공간이 많다”고 밝혔다.
○ 교육 인프라도 수준급
현대중공업은 울산공업학원과 현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울산대, 울산과학대 등 대학 2곳과 고등학교 3곳, 중학교 2곳, 유치원 2곳이 속해 있다. 현대중공업이 이들 학교에 지원하는 장학금과 운영자금은 연간 170억 원 수준이다.
공들여 키운 인재들의 외지 유출은 지역 기관이나 기업들의 고민거리다. 하지만 울산은 풍부한 도시 인프라 덕분에 지역에 터를 잡는 인재가 늘고 있다.
일자리가 많다는 점도 울산의 매력이다. 김성철 울산과학대 교육처장은 “전문대인데도 매년 졸업생의 20% 이상이 대기업에 입사하는 등 3년 연속 부산·울산·경남지역 취업률 1위(2013년 기준)에 올랐다”며 “이러한 성과 덕분에 전교생의 90%가 울산지역 출신일 만큼 많은 인재가 지역 학교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울산=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