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주의 사회는 끊임없이 욕구를 자극한다. 사람들은 행복이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 있기 때문에 더 심한 절망과 상실감을 경험한다. ―행복의 역설(질 리포베츠키·알마·2009년) 》
오늘도 백화점을 기웃거린다. 어떤 물건이 급히 필요하다거나 여윳돈이 있어서는 아니다. ‘신상’(신상품)이 나왔는지 확인하려는 행위일 뿐. ‘신상녀’를 흉볼 일만은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스마트폰 소셜커머스 앱(애플리케이션)을 둘러보는 일은 최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퍼진 습관이다. 현대인은 필요를 넘어선 소비를 한다. ‘과소비 사회’다.
저자는 과소비 사회에서 권태기는 없다고 말한다. 신상품이 쉴 새 없이 쏟아지며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다. 단꿈에도 젖는다. 자동차를 바꾸면 출근길이 즐거울 것만 같다. 그런데 이상하다. 행복을 추구할수록 행복에서 멀어지는 기분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구매 욕구가 커질수록 이내 지갑 사정을 깨닫고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 깊어진다고 설명한다.
광고는 이 과정에서 첨병 역할을 한다. 행복한 광경을 연출해 끊임없이 상대적인 ‘궁핍’을 겪게 한다는 것. 수년 전 한 고급 브랜드 아파트 광고는 건실한 청년을 내세웠다. 그는 참한 인상의 여자친구 집에 인사와 아파트를 배경으로 흐뭇하게 말한다. “수정 씨는 ○○○에 삽니다.” 화제를 불러 모았지만 고급 아파트에 살지 않는(못하는?) 많은 누리꾼에게 ‘비호감 광고’라고 낙인찍히기도 했다.
저자는 다만 구매 욕구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진 않다고 말한다. 샐러리맨이 전용 비행기를 탐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는 어쩔 수 없지만 감내할 수준이라는 점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