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센터 학교폭력 하소연 폭증
학교폭력 신고 급증
3월 새 학년을 맞은 초중고교가 ‘학교폭력 공포’로 몸살을 앓고 있다. SNS를 이용한 왕따나 언어폭력뿐만 아니라 장애우나 다문화학생을 겨냥한 폭력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피해학생의 신체적 특징을 놀림감으로 삼는 언어 성(性)폭력 피해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 학년 초기에 아이들 사이에서 누가 ‘짱(싸움을 제일 잘하는 학생을 이르는 말)’이 될지 왕따가 될지 서열을 정하는 싸움이 일어난다”며 “이를 방치하면 자살 등 심각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조숙해지는 아이들, 성적(性的) 폭력 늘어
올해 딸 신모 양(13)을 중학교에 입학시킨 엄마 김모 씨는 지금도 학교폭력 때문에 가슴앓이 중이다. 신 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또래에 비해 통통하고 성장이 빨라 주변 친구들의 놀림감이 됐다. 중학교 입학할 때는 키까지 크고 가슴이 발달해 성인 여성과 비슷한 정도가 됐다. 남녀공학이 아니라 여학교에 진학했기 때문에 더이상 놀림을 받지 않을 거라 안심하던 김 씨의 예상은 빗나갔다. 같은 반 여학생들이 신 양의 몸을 보고 “걸레×” 등 온갖 막말로 놀리며 성적인 모욕을 주기 시작했다.
○ 장애우-다문화학생이 ‘타깃’ 되는 경우 많아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유미 센터장은 “장애를 앓고 있는 학생을 집중해서 괴롭히는 형태의 학교폭력도 최근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중학교 1학년 C 양은 의사표현이 서툴고 말을 더듬는다. 며칠 전 C 양이 집에 준비물을 두고 가 학교를 찾은 C 양의 어머니는 남학생 여럿이 운동장에서 딸을 둘러싸고 “멍청아, 말 못하냐?”며 때리고 머리를 잡아당기는 모습을 목격했다.
다문화가정의 학생도 학교폭력의 주 희생양이 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117신고센터 임연희 경사는 “다문화가정은 부모가 아이보다 한국어 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대처가 늦어지기도 한다”며 “부모가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 한국보다 비교적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놀림감이 되거나 폭행을 당하는 아이들이 상담을 요청해온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학생들은 자신이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장애우나 다문화학생을 괴롭힌다”며 “힘으로 정해지는 서열 사다리에서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기 위해 친구들을 밟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택 nabi@donga.com·강은지·여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