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시장 임기 준수, 서약서론 법적 효력 없고 양식의 문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명박 오세훈 시장은 임기 내에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내겠다는 무리한 욕심을 냈다” 며 “박원순의 플랜, 박원순의 사업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사업, 서울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사업을 하겠다” 고 강조했다. 다소 껄끄러운 질문이 나올 때면 “그것도 오해예요”라고 받아넘긴 뒤 사안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설명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대표집필 박성원
동아일보 논설위원실 초청으로 10일 진행된 이번 집단 인터뷰가 기존의 인터뷰와 달리 짧은 문답 형식을 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정 홍보로 흐른다 싶을 때는 답변을 끊고 보충질문을 했고, 이미 알려진 사실의 이면(裏面)에 대해 캐물었다. 변호사로서,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다져진 말솜씨에 행정 경험이 더해진 박 시장은 다소 거칠고 공격적인 질문에도 성실하게 답변했다.
경전철사업 처음엔 부정적
“공약은 지켜야 하지만 공약에만 얽매이진 않았다. 서울시가 뭘 먹고살지를 매킨지컨설팅에 의뢰했다. 그 결과 공약에 없던 MICE(회의 관광 컨벤션 전시회 등) 엔터테인먼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건 오세훈 전임 시장의 역점사업 아니었나(서울시는 2010년 ‘2010 한국 MICE산업전’을 주최하는 등 MICE 진흥에 나섰으나 2011년 10월 박 시장이 취임하면서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립 같은 예산을 삭감한 바 있다).
“과(課) 하나 있던 것을 국(局)으로 확대하고 훨씬 더 좋게 진화시켜 가고 있다.”
―경전철 사업에 대해 2011년 선거 때는 “전시성 토건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했고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서에서도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임기 후반에 3개 더 늘려 10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모순이 아닌가.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박 시장이) 아무 일도 안 하겠다고 했고, 실제로도 그런 것 같다”고 비판했는데….
“(일을 안 하겠다고 한 것은) ‘박원순의 사업’은 없다는 취지였다. 시민을 위한 사업, 서울의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청계천 복원도 꼼꼼히 살펴보니 급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었다. 청계천은 조선시대 토목기술의 결정판이었는데 충분히 연구하지 않고 다 긁어내 버렸다. 그래서 제가 청계천시민위원회를 만들어 2050년까지 생태의 자연 흐름을 존중하며 복원하도록 했다. 이명박 오세훈 시장은 자기 임기 내에 뭔가 자기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무리한 욕심을 냈다.”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사업이나 버스-전철 연계 등이 시민 삶에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시민이 많다. 토건 사업이라고 무조건 비판할 수 있나.
“청계천 복원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무리한 추진에서 생겨난 문제를 말하는 거다.”
“우리 사회가 이념적 갈등, 빈부 간 세대 간 갈등이 심하다. 이걸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늘 고민하며 맞춤형 정책에 신경을 쓰고 있다. 1인 여성 가구를 위한 종합정책도 그런 예다.”
이념갈등 조정하는 정책에 역점
―지난해 안전행정부의 전국 지자체 평가에 따르면 서울은 9개 항목 중 사회복지 환경 등 7개 항목에서 최하위였다.
“국가위임 사무를 평가한 것으로 서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평가다. 예컨대 전·월세 대책만 해도 지방마다 주택 상황이 다르지 않은지….”
―박 시장은 잘못이나 책임을 인정하는 예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지난해 11월 삼성동 헬기 추락사고가 났을 때도 “그건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것도 왜곡된 얘기다. 국토교통부 관할이 맞지만 서울시에서 보안성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앞부분은 떼어내고 책임 회피나 한 것처럼….”
―서울시 부채를 3조 원 줄였다고 하지만 내년에 들어올 돈을 미리 받은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객관적으로 검증되는 거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그런 걸 속이고 그럴 수 있겠나.”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의 합당에서 최대 수혜자가 박 시장이라고 한다. 대국민 약속 위반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어떤가.
“두 정치세력이 합치는 데는 국민의 요구도 있었다고 본다.”
이석기 통진당 의원 종북 알 수 없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 움직임이 지지부진할 때 박 시장은 “큰형인 민주당이 더 큰 양보를 해야 확실히 이길 수 있다”며 통합진보당을 위해 양보하라고 촉구했다. 결과적으로 통진당 이석기 의원의 국회 진출을 도운 셈이다. 책임을 느끼지 않는지….
“이 의원이 혁명조직 RO를 만들고 그러는 건 몰랐다. 당시 선거에서 야권 표가 나뉘는 것보다는 연합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북한을 추종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전복하는 세력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안철수 의원은 통합신당이 종북 논란 없는 당이 돼야 한다고 했는데 박 시장의 의견이 궁금하다.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폭력적으로 정권을 전복하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용납할 수 없다.”
―과거 박 시장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변호사였다. 요즘은 신념이 바뀐 것인가.
“과거 유엔에서도 국보법 폐지를 권고했고 실제로 국보법은 남용됐다. 그 이후 일부 개정도 됐고, 요사이 사문화해 적용이 거의 안 되고 있다. 제가 변호사로서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던 때가 20년이 지났는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논의해서 (폐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KS 간판에 변호사… 마음은 늘 서민
―정몽준 의원으로부터 “말로만 서민을 위하는, 서민을 이용하는 시장”이라는 비판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박 시장은 서민인가.
“서울시장은 모든 계층과 사람을 아우르는 자리다. 정 의원도 시장이 된다면 부자는 더 잘살게 해주고 가난한 사람은 부축해서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다를 게 있겠나. 개인적으론 명색이 KS(경기고 서울대)에 검사 변호사 출신인데 제가 서민이라고 하면 남들이 안 믿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늘 서민과 함께 살았다.”
―협동조합과 마을공동체를 적극 육성하는 것이 (선거를 위한) 지지 조직 키우기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정부 역할은 줄이고 민간의 역할을 증대시키자는 건 우리 시대의 큰 방향이다. 프랑스에선 이미 사회적 연대가, 영국도 협동조합이나 공동체가 잘 육성돼 있다. 양극화 시대에 경쟁이 아니라 협동으로 사회를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자칫 또 눈먼 돈이 ‘운동꾼’들에게 가는 루트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직접 돈을 지원하지 않는다. 인프라 지원이나 상담, 교육을 위주로 한다."
―이번에 당선되는 시장은 반드시 임기를 채운다는 서약서를 쓰자는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제안을 수락할 용의는 없나.
“저는 처음부터 (서울시장에 전념하겠다고) 얘기했다.”
―만일 ‘시민의 이름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서약서는 법적으론 효력이 없다. 그건(임기를 채우는 건) 양식(良識)이다.”
대표집필 박성원 swpark@donga.com